타이중 빈티지 여행 OLD & NOW, part.2
여행 기간 | 2024년 1월 23일 ~ 26일
여행 장소 | 타이완 타이중
타이중은 일제강점기 때 본격적으로 개발된 도시로, 전쟁과 정치적인 이유로 사라진 대한민국과 달리 타이중은 주요 건축물을 보존하고 있다. 타이중 구도심은 타이중 기차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백 년 역사를 지닌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일본식 사택,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대변하는 옛 가옥들이 현대식 빌딩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산책하는 재미가 있다.
OLD & NOW 타이중 구도심의 중심, 타이중 기차역 & 구 타이중 시청사
타이중 구도심은 타이중 기차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지금도 구도심 곳곳에는 백 년 역사를 지닌 붉은 벽돌 건축물과 일본식 사택,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대변하는 옛 가옥들이 현대식 빌딩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타이중 기차역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서울역처럼 신 역사와 구 역사가 나란히 서 있다. 1905년에 목조 건축 양식으로 지었다가 1917년 붉은 벽돌로 고쳐 지은 타이중 구 역사는 일제강점기 쌔 타이완 총독부와 닮았다. 지금은 역사 운행이 중단되었지만, 타이완에서 가장 잘 보존된 기차역 중 하나로 현재 내부는 기차 관련 역사와 자료를 전시한 박물관으로 이용 중이다.
몇 해 전에는 대를 이어 운영하는 활판 인쇄 스튜디오인 ‘레티안 레터프레스 스튜디오’가 기차역 1층에 터를 잡았다. 이곳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활자를 조합해 인쇄한 나만의 전용 기차 티켓을 만들어준다. 2020년 11월에는 타이중 기차역 주변은 또 한번의 변화를 겪었다. 옛 기차역을 오가던 역사적인 열차 3대를 기념품숍과 카페 등으로 꾸며 전시해둔 것. 한때 대만에서 가장 빨랐던 일본제 기차, 타이완 기차 역사상 첫 전동차였던 영국제 기차, 그리고 타이완에서 최초로 에어컨이 도입된 미국제 럭셔리 기차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어 철도 덕후들을 부르고 있다. 플리마켓이 열리는 주말에 방문하면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과 타이중 특유의 상품도 구매할 수 있다.
타이중 기차역 도보 5분 거리에는 옛 타이중 시청사와 타이중 현청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다. 타이중 시청은 1911년 서양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로 외관의 흰색 벽돌과 내부의 빨간색 벽돌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룬다. 과거 시청자료관, 보도실, 교통국으로 사용되던 것을 수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처 2022년부터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사용 중이다. 1층은 서점과 소품숍, 카페가 융합된 문화 공간으로, 서점에서는 정원예술과 미학, 예술 등에 관한 서적을 판매한다. 2층은 타이중 현지 식재료를 사용해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나라토래’가 입점했다. 3층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건물이 지어질 당시 타이중 전통 건축이 어떻게 녹아 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타이중 현청은 보수공사를 마친 후 전시 공간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모든 공간은 월/화요일에 쉬니 참고할 것.
OLD & NOW 눈과 입이 즐거운 타이중의 맛, 궁원안과 & 태양병박물관
타이중 기차역 근처의 궁원안과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처방전을 내리는 병원이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일본인 의사가 운영하던 안과 건물을 고풍스러운 유럽 도서관처럼 개조한 다음 초콜릿과 치즈케이크, 펑리수, 차 등의 베이커리를 판매한다. 우리나라 대전 성심당 같은 타이중 랜드마크로, 외국인 여행자는 물론 타이완 타 지역에서 여행온 관광객으로 붐빈다. 타이중 사람들이 오래된 건축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근처에 있는 ‘제4신용합작사’도 함께 들러 보는 것이 좋. 1960년대에 지어진 은행 건물에 들어선 아이스크림 카페로, 철근 콘크리트를 보존한 채 금고 대문을 입구 장식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궁원안과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태양병 박물관은 타이중에서 처음 만들어 전국으로 퍼진 디저트 태양병의 고향이다. 페스츄리처럼 결결이 찢어지는 과자 안에 달콤한 쨈이 들어 있는 태양병은 과거 타이중 기차역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여행 기념품이나 선물로 가져가던 것이라고 한다. 2016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 110년 전의 건축물 형태를 되찾았고, 2층 공간을 박물관으로 꾸몄다. 현재 1층은 태양병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2층은 태양병의 역사를 전시한 박물관과 카페로 운영 중이다. 예약하면 태양병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태양병 박물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1917년에 건설된 제2시장이 있다. 초기에는 고급 물건을 판매하며 ‘일본인 시장’이라 불리기도 했던 곳이다. 시간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빨간 벽돌 건물로, 육각형 건물에 여섯 개의 통로를 두고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타이중 사람들의 향수가 서린 추억의 시장으로, 점포마다 수십 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타이완 무떡과 홍차, 쾅로우판이 이 시장의 특산품. 최근 <나 혼자 산다>에 소개됐던 미트볼 식당인 ‘딩샨’이 제2시장에 위치한다. 딩샨과 함께 소개된 족발국수 가게 ‘푸딘왕’도 근처에 위치한다. 맛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족발이 훨씬 부드럽고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매콤한 특제 소스를 얹어서 먹으면 느끼함까지 잡을 수 있다.
++++ 2016년 타이중에 갔을 때 타이중 도시재생의 키워드는 예술이었다. 그때의 기록! ++++
육해상 교통이 모두 편리한 타이중은 타이완 산업 번성기에 발전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지축을 흔들 만한 거대한 태풍이 몰아쳤고, 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이후 국가산업이 재편됐다. 도시의 기능도 변했다. 그런 채로 오랜 시간이 지나자 쓸모를 잃은 공간이 생겼다. 하지만 타이중은 새 빌딩을 세우는 대신 예술가들에게 빈 공간을 내줬다. 버려진 공간에 예술이 덧칠되면서 도시가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양조공장의 부활 문화창의산업원구
타이중에서 예술은 도시를 재생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1910년대 일본인이 세운 양조공장이 이전하면서 버려진 터를 정부가 구입했다. 건물은 그대로 두고 주변을 예술공원으로 조성했다. 문화창의산업원구는 베이징의 798예술구를 연상시킨다. 낡은 것을 부수고 새것을 만들기보다 오래된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타이중 사람들의 기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 공장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에서는 정부가 후원하는 다양한 전시가 진행된다. 타이완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현대미술이 오래된 건물과 어우러져 독특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입장료는 없지만, 특별전의 경우 별도의 요금이 부가된다. 공원 내에 주류박물관이 있으니 빼먹지 말고 들러보자.
예술가의 작업실이 된 기차역 창고 20호창고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이 부족한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우리의 젊은 예술가들이 서울시의 지원 아래 철강단지였던 문래동에 자리를 잡고 문래동예술촌을 만든 것처럼, 타이중의 젊은 예술가들도 시의 지원 아래 타이중 기차역 뒤편으로 모여들었다. 과거 기차 물류창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해 예술촌으로 만든 것. 타이중 기차역 뒤편과 이어지는 20호창고에는 미술관과 공방, 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다. 그 공간의 과거를 기록하려는 듯 기차선로가 놓였던 폐목으로 길을 만들고, 가벽을 세워 화려한 벽화를 그려 넣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20호 창고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다. 단, 작가들의 작업실은 철저하게 개인의 공간임을 명심할 것. 주말을 제외한 시간에는 공개하지 않는 곳이 많으니 작업실 앞에 작가가 적어둔 오픈 시간을 참고하자. 미술관인 Stock20 내에 전시관과 아트숍, 카페가 있다. 문화창의산업원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100년 넘게 지속된 교통의 허브 타이중 기차역
서양식 첨탑 구조의 바로크 양식과 파인애플과 바나나 모양 등의 장식적인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타이중 기차역은 1910년대에 지어졌다. 국가지정 2급 고적지이자 현재도 사용하는 기차역. 역 내부에는 기차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오래된 물품과 기차 관련 미니어처를 전시한 박물관이 있고, 타이완 기차와 관련된 각종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다. 맞은편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자가 반드시 들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