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가 된 나무

담장 너머 뻗어 나온 나무를 찬미하며...

by 흰 점

누군가의 정원에 심기운 작은 묘목

자라는 것을 보고 싶었다. 키가 자라고 가지를 뻗고 잎이 풍성해지는 것을.

어느덧 풍성해진 나무는 집을 근사하게 해 주었다.

창문을 열 때마다, 정원에 나갈 때마다, 흐뭇한 마음 한 가득, 입가에 미소를 달게 했다.


나무는 더 자라 담장 밖으로 가지를 뻗고 이파리를 달고 꽃도 열매도 매달았다.

집 앞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우며 한 여름 시원한 그늘을 드리웠다.

높고 청량한 가을 하늘, 그 아래 주홍빛 열매를 주렁주렁, 온 마을이 풍성해졌다.

한 개인의 욕구는 그렇게 공공성을 띠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이처럼 공공재가 되어버린 나무들이 몇 그루 있다.

오래전 과수원이었다는 이 동네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든 동네로 변신한 건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여파였다고. 사람들은 그러나 나름의 살 길을 찾아 작은 틈에도 꽃을 심고 화단을 가꾸었다. 계단 위, 대문 머리에도 화초를 이고 작은 마당 구석구석 화분을 가져다 놓았다. 골목에는 생기가 없어도 대문을 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다 담지 못해 골목으로 가지를 드리우고, 꽃과 이파리와 열매를 나누는, 그런 싱그러움이 새로운 풍광을 이루는 동네가 되었다.


담장 넘어 흘러넘치는 향기에 걸음이 멈춰지고, 푸르고 높은 가지에 절로 고개가 들리며, 이파리 사이사이 반짝이는 하늘빛이 환상처럼 쏟아지니, 잠시 멈춘 걸음에 풍요로 가슴이 채워진다.

동네3.jpg
동네2.jpg


작가의 이전글unterwe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