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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Nov 22. 2018

늦게 엄마가 돼서 (미안하지만) 다행이다.

엄마가 된다는 건...

이제 곧 첫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돌쟁이 꼬마. 큼지막한 종이 조각을 쥐어줬더니 좋아라 한다. 종이 조각이 뭐라고... 소중한 선물 받은냥 만지작 거리며 오랫동안 놀았다.

꽤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되었다. 아이와 거의 45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난다. 엄마와 할머니의 중간쯤이 될 성싶다.


늦게 낳다 보니 아무래도 체력이 문제가 된다. 임신해서도 쉽진 않았지만 애 낳고 회복하는 속도도 더디고, 아기 키우면서도 체력이 달린다.


키우는 건 어떻게 키우긴 할 텐데, 나중에 놀림을 당하면 어쩌지? 늙었다고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도 든다. 할 수 없지.

싶다가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보다는 한풀 꺾인 성질머리를 보면 나이 들고 엄마 된 게 다행이다 싶다.



부엌에서 가스렌지만 켰다 하면 만지겠다고 덤빈다. 그걸 막아보려 하니 울고불고 난리다. 자기 안 보고 집안일만 한다고 서럽게 울고 보챈다. 어째야 하는가?

기는 너무 예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화가 날 때가 있어서 부르르.. 화가 치밀 때가 있다. 참는다 하면서 나도 모르게 화를 벌컥 낼 때도 있다.


하지만 화를 내도 예전에 비하면 덜 낸다. 그리고 어떤 때는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숨을 고르게 된다. 화를 내고는 바로 돌아서서 사과하기도 한다. 아이가 100%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내 감정은 이해하는 것 같다.


예전에 나였으면 어림도 없다.

그냥 느끼는 그대로 퍼붓고, 사과 따위는 없었을 거다. 10년 전에 나였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철 좀 더 들고 엄마가 되라고, 나는 많이 늦게 엄마가 된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다행이다.



그러고보니 엄마는 정말 연탄 같다. 훌륭한 엄마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 아이의 미소를 지켜줄 수 있을까? 조금씩 성장하는 엄마가 되야겠다.

엄마는 "되는 것" 같다.


나이 먹어도 나여서 내 못된 성질머리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는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연탄 한 장이 되어 아가를 따뜻하게 지켜줄 수 있어야 할 텐데... 부족한 나에게 (많이 늦었지만) 아장아장 걸어서 찾아와 준 아기 천사에게 감사한다.



2018년 11월 27일. 첫번째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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