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6살 새콤이

난, 시간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거야.

6살 새콤이(8)

by 청자몽

내 의지 도둑 - 아이의 수족구, 나는 마음병

6살 새콤이 여덟 번째 이야기 :



이번에는 수족구다.

제일 무섭다는 그 병에 걸리고 말았다. 15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아이는 만 20개월이 될 때까지 거의 매주 소아과를 다녔다. 열감기, 콧물감기, 기침감기 등등 각종 감기를 섭렵하더니 이번엔 수족구에 걸렸다.


더욱 절망스러웠던 건, 일주일 방학 끝나고 등원한 지 겨우 4일 만에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과 격리되어야 한다고. 원장 선생님은 한 주 동안 아이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 그때가 목요일 저녁이었다.

방학 끝난 지 며칠 됐다고, 거의 열흘 넘는 시간을 다시 집에서 돌봐야 한다. 나는...절망했다.


감기 걸려도 일주일씩 안 보내고 집에서 돌보긴 했지만..적응 초반에 울음소리 커서 다른 친구들 낮잠 다 깨운다고 한 달 동안 12시 반에 데리고 가라고 할 때만큼 심하게 좌절했다.


아이는 격리되는 게 맞다. 남들은 24개월까지 집에서 돌본다는데. 이게 당연한 거지. 하는 이성적인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마음은 통제가 되지 않았다. 몸은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뭔가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수천 가지 수만 가지 되뇌며 원망했다. 아이는 몸이 아팠고, 나는 마음이 심하게 아팠다.


잡히지 않은 고열에 이틀 동안 시달리더니 온몸에 발진이 생기며 식욕을 잃었다. 다시 4일쯤 지나니 발진이 옅어지고 잃었던 식욕도 돌아왔다. 아이의 병이 호전되면서 바닥까지 푹 꺼져 있던 나 자신도 조금씩 나아감을 느꼈다.



다리 힘이 생겨서 계단이 한참 좋은 20개월딸. 좋아하는 계단을 보자 달려간다. ⓒ청자몽

며칠 비 오고 흐리다가 쨍해졌다.

지긋지긋한 더위도 한풀 꺾인 오늘이었다. 소아과에 확진증을 떼러 가면서 오랜만에 유모차 끌고 멀리까지 다녀왔다. 그래 봤자 동네 탐방. 하지만 아이는 너무너무 신나 했다. 좋아하는 계단도 몇 번씩 오르내리고 신나게 뛰어다녔다. 나도 덩달이 신이 났다.


뭘 하는데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다. 정말 할 일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하기 싫으니까 이 핑계 저 핑계 댔을지도 모르겠다. 신나게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번쩍했다. 정신 차리자. 뭘 또 남 원망하며 스스로 화병을 키우고 있어. 시간 쪼개서 글도 쓰고 밀린 육아일기도 써봐야겠다. 결심했다.


어린이집 등원 못 시켜서 화낼게 아니라, 어린이집 덕분에 매일 6시간의 고마운 시간을 받았음에 감사해야 한다. 감사를 잊은 채 원망만 하고 있었다. 감기와 수족구. 병 때문에 고생하는 꼬마에게 미안하다. 면역력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 아이도. 그리고 나도.


미루지 말고 뭐든 좋으니까 해보자.

다시 한번 힘을 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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