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자몽 Aug 25. 2023

17년 된 껍데기를 벗고, 날다

숀탠 <매미> 속 매미의 뒷모습을 따라 그리다.

매 페이지마다 짧막한 시 한편씩 적혀있는 것 같았다. 톡톡톡! 으로 끝나서 그런가보다. ⓒ청자몽 ( 《매미》, 숀탠, 2019, 풀빛 )


숀탠의 <매미> 책표지에 눈이 갔다. 양복 입고 공손하게 서류 들고 있는 커다란 눈망울의 매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날개가 없는 걸로 보아하니 아직 번데기인 모양인데... 그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어느 시절, 내 뒷모습이 생각나다.


외국인 노동자였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고 해서, 7년 반 동안 외국인 노동자로 살았던 시절이 떠오를까? 하고 책장을 넘겼는데... 17년 동안의 직장생활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주인공 매미와 같이, 나도 17년 가까이 일하다가 지금은 멈춘 상태다.


책에서 매미는 인간이 아니어서, 차별받는 걸로 나온다.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인 데이터 입력을 묵묵히 17년 동안이나 했던 매미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오히려 차별받고 무시당한다.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고, 못된 짓을 하며 바보라고 여긴다. 심지어는 퇴사할 때도 책상이나 치우라. 하며 꺼지라는 듯한다.






《매미》, 숀탠, 2019, 풀빛


매미는 바보가 아니다.

승진 한번 못하고, 지낼 곳조차 변변치 않아 집도 없이 사는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유난히 큰 눈이  크게 보였다. 단지 매미라는 이유로 받았을 차별인데.. 7년도 아니고, 17년을 어떻게 버틴 걸까?


달리 살 수가 없으니, 그냥 일했을 것 같다.

묵묵히 아무 생각 안 하고.. 매미로 태어난 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큰 벽처럼 보이는 파티션이나, 퇴직 후 터벅터벅 올라가는 계단이 더더욱 어느 시절, 어느 때를 생각나게 했다.


가슴 한켠이 뻐근해졌다.


퇴직 후 고층건물 옥상 위 난간에 서있는 장면이 아찔했는데, 잠시 후 껍데기가 반으로 쫙 갈라지며 날개 달린 매미가 되어 훨훨 날아간다. 인간 세상을 생각하며 하하하.. 웃는다.


그렇구나. 그는 남들보다 다소 긴 번데기 시절을 보냈지만, 그래도 결국에 시원하게 껍질을 벗고 하늘날아간다. 신나게 날아다니며, 우렁찬 목소리로 고래고래 목청껏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보람 있었던, 어느 시절


일한다는 게 생각해 보니, 뭔가 굉장히 부당하고 또 뭔가 억울하기도 하며 속상한 일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고 보람 있던 순간도 있었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인간군상을 세밀하게 그렸던 드라마라, 보면서 공감하고 분개하고 응원했다. 모든 것이 추억이 된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대사들이 있어 갈무리해 둔 것들을 꺼내어 본다.


그 속에 있을 때는 안 보이던 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다시 생각하면 아주 선명하게 생각나기도 한다. 떠나온 인간계를 떠올리며... 오늘도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른다.




원글 링크 :




'매미'에 관하여 :




"미생" 갈무리 :













매거진의 이전글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요. '팥 할머니'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