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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Oct 23. 2023

박카스 상자 속 라이언과 춘식이

진료실 앞에서 따라 그리기를 하다.

지난달 말, 떨면서 진료실 앞에서 그린 그림


건강검진 하는데, 간초음파를 하다가 문제가 생겼다.

간과 췌장 사이에 물혹이 발견된 것.

그 자리에서 바로 CT를 찍었는데도, 위치가 애매하단다. 결국 큰 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한 며칠을 걱정하며 보냈다.

간 때문이야. 간이 문제야.

나는 왜 간이 문제인 집에 태어났을까?


결과 보러 가는 날, 전날부터 무서웠다.

진료실 앞에서 떨면서 문득 가방에 걸려 있는 장식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언니가 생일날 사준 춘식이와 라이언 키링이었다. 이거 따라 그리자.




박카스 상자 속에 라이언과 춘식이. 옆에는 시나모롤 키링


다행히 물혹은 간과 담도 사이에 있다고 하셨다.

진료실 나와서 엉엉.. 울었다.


아직도 그날 생각하면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나는 나이가 많고, 아이는 아직 유치원생이다. 골골해도 너무 심하게 아프지 말고, 적당히 내가 견뎌낼 만큼이었으면 좋겠다.


간 탓 하지 않을 테니..

가족력 탓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고.


그냥 원래 자주 골골하는데, 그래서 조금 몸 안 좋으면 바로 사리고, 몸 추스르고 그러면 나아지는...

그 정도만 늘,

그랬으면 좋겠다.


가끔 박카스 한 병 할까?

싶다가, 박카스도 간에 부담을 줄까 봐 눈으로만 보기로 했다. 힘 빠지고 기운 없으면 얘네들 한 번씩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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