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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나(1)

청자몽 연대기(12)

by 청자몽

국문과 졸업생의 좌충우돌 개발자 되기 프로젝트. '나는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나' 첫 번째 이야기이자,

열두 번째 이야기 :




'국문과 졸업생의 개발자 되기' 프로젝트
나는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나(1)


6월 어느 날 아침. 쨍한 초록빛이 반짝이던 날에 찍은 사진 ⓒ청자몽


학교 졸업하고, 2학년 때부터 줄곧 떨어지기만 하던 공무원 시험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봤다. 거의 4년째 도전 내내 실패만 했다. 결국 그것도 떨어졌다. 모든 공사, 공기업, 시험이란 시험은 죄다 다 떨어졌다. 은행, 항공사 등등...

집에 박혀 한숨만 쉬다가, 엄마가 신문에서 잘라주신 컴퓨터 교육센터 광고를 보고 시험을 보러 갔다. 내 돈 내고 공부하겠다는데도 시험을 봐야 했다. 그런데, 웃긴 건 교육센터 시험도 떨어졌다는 거다. 정보처리 기능사와 정보처리 기사 자격증이 있어서, 필기는 면제가 됐고 면접만 보면 됐는데도 떨어졌다. 교육센터 두 군데를 떨어지고, 3번째 교육센터에 시험을 봐서 합격했다.

3번째 교육센터 면접 때, 면접관이자 선생님이 참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국문과? 나왔어요? 허.. 근데 왜? 지원했어요?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취직 못하면.. 쩝), 사실대로 말 안 하고 다른 얘길 했던 거 같다. 어쨌든 합격했다. 6개월 공부를 하고, 취직 준비를 했다.

시스템엔지니어 과정이었나? 기억이 정확히 안 나는데, 윈도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 만드는 걸 배웠다. 수업 잘 따라갔을까? 아뇨. 전혀요. 알량한 자격증 2개는 그냥 자격증이었다. 겨우겨우 정말 겨우 과정을 마쳤다.

취직은? 취직도 쉬울 리가 없었다.
전산과나 공과대학 출신들은 다 취직하는데, 나는 아예 서류 통과가 안 됐다. 어떻게 어떻게 선생님이 자리를 어렵게 만들어주셔서, 그래도 면접 3군데는 갔다. 가서 취직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취직하고 일을 했는데, 첫 달부터 월급이 안 나왔다. 3개월간 무급으로 일하다가 결국 그만뒀다. 같이 갔던 동기(구 남자 친구이자 현 남편)는 첫 달에 그만뒀는데, 나는 워낙 불리하다 보니 경력 생각해서 3개월이나 버틴 셈이다. 결국 그만뒀다.




방황


일단, 엄마 얼굴 볼 면목이 없었다.
따뜻한 위로 말고, 약간 험한 소리 위주로 좀 두둑하게 들었다. 어쩌면 그게 더 약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당시엔 상당히 힘들었다.

인터넷 팩스 프로그램 만드는 회사에서 도움말 쓰는 아르바이트를 한 달인가? 했다. 정리 쪽에는 내가 잘할 수 있는데.. 어셈블리를 잘 다루는 프리랜서 엄마 개발자를 봤다. 엄청 부러웠다. 뭔가 나도 잘하는 게 있으면 저렇게 될 텐데. 그것도 부럽지만, 어셈블리를 아주 잘 다루는 게 진짜 부러웠다.

그래픽 배워볼까? 하고 그래픽 학원에 갔다.
상담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데, 선생님이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보시다가 한 말씀하셨다.





"그래픽 배우지 마세요."

"네?"

"그냥 개발자 하세요. 조금 힘들다고 그만둘 거면.. 그런 자세로 하면 뭘 해도 안 돼요. 사람이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죠. 안 그래요? 그리고, 개발자가 디자이너보다 훨씬 더 대우가 좋아요. 힘내세요."





아.. 그렇군요. 그렇죠.
이렇게 나약해서 뭐가 되겠어요. 어휴.. 그런데 전 전산과 출신도 아니고, 하필 국문과 나와서 서류부터 통과가 안 되니. 뭐 하러, 이걸 한다고 했을까?

그런데 어쩌면 상담선생님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허약한 정신 상태로 뭘 하겠는가. 취준생의 한숨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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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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