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 연대기(17)
더 잘하고 싶어서 첫 번째 교육센터 수료 후 다시 시험 봐서 들어간 두 번째 교육센터를 마칠 즈음에 IMF가 터졌다.
열일곱 번째 이야기 :
막연한 푸른 꿈을 꾸던 시절
한때 나도 저럴 때가 있었을 텐데..
계절도 모르고, 상황도 모르면서 막연히 푸른 미래를 그리던 때. 이것만 끝내면 좋아질 거야. 이 책만 다 보면 다 알게 될 거야. 여기만 졸업하면 다 잘 될 거야.
그 당시 한참 유행하던 책 시리즈가 일명 '21일 완성'이었다. 예를 들어 '21일 완성 엑셀' 같은 식의 제목을 가진 책이었다. 그런데 말이 되나? 3주 공부했다고 다 알게? 그래도 왠지 그 책을 다 보고 나면, 그대로 따라 하면 왠지 잘할 거 같은 착각이 들었다.
멋모르는 시절이니 꿀 수 있던 푸른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장춘몽. 그래도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이제 막 시작한 초심자는 그랬다. 꿈만으로도 행복하다.
두 번째로 들어간 교육센터에서는 열심히 공부했다. 발이 익었던 '강남 컴퓨터 서적'에도 자주 갔다. 남자친구(현 남편)와 도서관 가서 공부도 했다. 남자 친구는 프로그램의 기본은 C와 C++이라고 강조했다. 이것도 잘 모르냐면서 구박하며 가르쳐줬다.
마치 재수생처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뭐라도 되겠지. 다시 하는데.. 막연했지만, 그래도 첫 번째 교육센터 때보다는 조금 더 이해가 갔다.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도 열심히 해서 그런지 공부할 마음이 더 들었다.
IMF 직격탄을 맞다
그렇지만 나는 몰랐다. IMF가 얼마나 무서운지. 무서울지.. 몰랐다. 그러다가 교육을 거의 마칠 즈음에, 회사들이 어려워서 신입 사원은 잘 안 뽑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뽑더라도 스펙이 좋거나 전공자 우선이었고, 당연히 여자는 어려웠다. 상당히 불리했다.
그 당시는 휴학을 별로 하지 않던 시절이라, 졸업한 지 2년 가까이 된 나는 나이가 든 축에 속했다. 게다가 여자. 인 데다가 비전공자. 학교도 그렇게 빛나는 곳은 아니니. 유리한 게 하나도 없었다.
괜히 머뭇거리다가 더 힘들어졌구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가 공부한 교육센터 출신들이 회사 가면 불리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저기 출신들 잘난 척 한대. 재수 없대. 그런 소문들이 돈다고 했다. 어떻게 하냐? 나 진짜 큰일 났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곧 졸업이 가까워왔다. 부지런히 이력서를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되든 안 되든 정면 돌파다. 내가 선택한 길이잖아. 해보자. 용기를 냈다.
역시 그때 나는 용맹한 햇병아리였다.
푸릇한 시절에는 용기가 있었다.
될만한 곳에 이력서를 열심히 보내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아무리 어려운 시절에도 될 사람들은 다 졸업 전에 취직이 됐다. 그럼 나는? 나는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맨땅에 헤딩이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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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번째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