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와 마주하다.

청자몽 연대기(17)

by 청자몽

더 잘하고 싶어서 첫 번째 교육센터 수료 후 다시 시험 봐서 들어간 두 번째 교육센터를 마칠 즈음에 IMF가 터졌다.

열일곱 번째 이야기 :




막연한 푸른 꿈을 꾸던 시절


추위에 강한 식물인가? 11월 말인데도 이렇게 꿋꿋할 수가! 시퍼런 패기가 부럽다. ⓒ청자몽


한때 나도 저럴 때가 있었을 텐데..
계절도 모르고, 상황도 모르면서 막연히 푸른 미래를 그리던 때. 이것만 끝내면 좋아질 거야. 이 책만 다 보면 다 알게 될 거야. 여기만 졸업하면 다 잘 될 거야.

그 당시 한참 유행하던 책 시리즈가 일명 '21일 완성'이었다. 예를 들어 '21일 완성 엑셀' 같은 식의 제목을 가진 책이었다. 그런데 말이 되나? 3주 공부했다고 다 알게? 그래도 왠지 그 책을 다 보고 나면, 그대로 따라 하면 왠지 잘할 거 같은 착각이 들었다.

멋모르는 시절이니 꿀 수 있던 푸른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장춘몽. 그래도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이제 막 시작한 초심자는 그랬다. 꿈만으로도 행복하다.

두 번째로 들어간 교육센터에서는 열심히 공부했다. 발이 익었던 '강남 컴퓨터 서적'에도 자주 갔다. 남자친구(현 남편)와 도서관 가서 공부도 했다. 남자 친구는 프로그램의 기본은 C와 C++이라고 강조했다. 이것도 잘 모르냐면서 구박하며 가르쳐줬다.

마치 재수생처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뭐라도 되겠지. 다시 하는데.. 막연했지만, 그래도 첫 번째 교육센터 때보다는 조금 더 이해가 갔다.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도 열심히 해서 그런지 공부할 마음이 더 들었다.





IMF 직격탄을 맞다


그렇지만 나는 몰랐다. IMF가 얼마나 무서운지. 무서울지.. 몰랐다. 그러다가 교육을 거의 마칠 즈음에, 회사들이 어려워서 신입 사원은 잘 안 뽑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뽑더라도 스펙이 좋거나 전공자 우선이었고, 당연히 여자는 어려웠다. 상당히 불리했다.

그 당시는 휴학을 별로 하지 않던 시절이라, 졸업한 지 2년 가까이 된 나는 나이가 든 축에 속했다. 게다가 여자. 인 데다가 비전공자. 학교도 그렇게 빛나는 곳은 아니니. 유리한 게 하나도 없었다.

괜히 머뭇거리다가 더 힘들어졌구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가 공부한 교육센터 출신들이 회사 가면 불리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저기 출신들 잘난 척 한대. 재수 없대. 그런 소문들이 돈다고 했다. 어떻게 하냐? 나 진짜 큰일 났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곧 졸업이 가까워왔다. 부지런히 이력서를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되든 안 되든 정면 돌파다. 내가 선택한 길이잖아. 해보자. 용기를 냈다.

역시 그때 나는 용맹한 햇병아리였다.
푸릇한 시절에는 용기가 있었다.
될만한 곳에 이력서를 열심히 보내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아무리 어려운 시절에도 될 사람들은 다 졸업 전에 취직이 됐다. 그럼 나는? 나는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맨땅에 헤딩이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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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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