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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Jan 02. 2024

엄마, 내 볼펜 꺼내 줄게요!/ 웃으며 시작한 새해

1월 2일에 쓰는 2024년 첫 글

새해 첫날 지하철을 타고 멀리 다녀왔다.


첫날인데, 뜬금없이 광화문 광장에 빛축제를 보러 가자고 했다. 빛축제? 그런 게 있어? 했더니, 밤에 불빛쑈를 한다고 했다.


어스름이 내리기 전, 오후 4시 반쯤 집을 나섰다.

서울 끄트머리로 이사를 오다 보니 도심으로 나가려면 1시간은 족히 걸렸다. 버스 타고 가다가, 지하철로 갈아탔다.


남편은 앉아서 눈을 붙이고, 아이는 노트에 그림을 그렸다. 부스럭부스럭 가방을 뒤져봤는데, 여벌 볼펜이 없었다. 아이를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어.. 엄마 여벌 볼펜이 없어. 집에 놓고 왔나 봐."


"그래요? 그럼 내 거 줄게요."


"아냐. 괜찮아. 그냥 하던 거 해."


"아니에요. 가방에 작은 볼펜 있어요."



하더니, 패딩 끝을 쓱 올려서 작은 가방의 지퍼를 낑낑대고 잡아당겼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다가 도와줬다. 자그마한 손으로 가방 안을 뒤적이 정말 작은 볼펜 하나 쓱 나왔다.



"하하.. 정말 있었네."



아이가 건네준 손가락만한 볼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 불편한 자세로 그렸지만.. 그래도 새해 첫날은, 덕분에 웃으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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