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내시경 재검과 '시간을 달리는' 엄마(1)

엄마탄생(13)

by 청자몽

8월 건강검진 때, 위내시경 재검사 일정을 잡은 게 12월 중하순이었다. 문제가 생겨서 연이틀 병원에 가야 했다. (2023년 12월에 쓴 글)

엄마탄생 열세 번째 이야기 :



위내시경 재검
건강검진 후 4개월이 지났다.


맑은 날이 계속되길 바라지만, 가끔 비 오는 날도 있다. ⓒ청자몽


지난주 비 오던 목요일과 금요일, 연이틀 집에서 1시간 거리에 건강검진 센터에 가야 했다. 뭣 때문에? 위 때문에.. 이번에는 위가 문제다.


8월에 건강검진받다가, 간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위궤양도 발견되어 약 처방을 받았다. 4개월 후 뵙죠. 하셔서 그 당시엔 멀게 느껴지던 12월에 위내시경 검사를 예약했는데.. 그게 저번주였다.


아니 원래는 이번주였는데, 9시 20분까지 오라고 해서 날짜를 바꿨다. 9시 50분이 마지막 시간이라고 했다. 그래서 9시 50분으로 예약했다.


병원이 가까웠으면 좋았을 텐데.. 한숨이 나왔다. 사실 병원과의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등하원이 더 문제였다. 뭔가 살짝 억울했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이게 뭐람.




목요일 아침, 달리고 또 달리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병원까지 가야 했다. 9시 50분이어도, 1시간 거리니까 적어도 8시 반 전후로 유치원에 가야 했다. 평소에도 겨우 9시 반에 간당간당하게 들어가는데.. 큰일이었다.

목요일 아침,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아이를 깨웠다. 전날 1시간 일찍 자서인지, 아니면 엄마가 병원에 가니 협조를 해준 것인지.. 군말 없이 일어났다. 그랬어도 등원준비하고 서두른다고 서둘러 집에서 나온 시간이 8시 반이 살짝 넘어가고 있었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열심히 뛰다시피 아이 손을 잡고 걸었다. 이때부터였다. 시간에 쫓기기 시작한 게.. 힘들어하는 아이를 다독여 겨우 유치원에 들어간 시간이 8시 45분이었다! 큰일이다. 예상시간보다 15분이 초과됐다.


그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야트막한 고개(말은 공원인데, 얕은 산)를 하나 넘어야 지하철역이다. 평소 걸음으로는 15분 전후면 가는데, 5분 안에 가야 했다. 미친 사람처럼 막 뛰기 시작했다.


하필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우산 꺼낼 틈도 없이 달렸다. 모자 눌러쓰고 흩뿌리는 비를 얼굴로 맞았다. 그나마 그날 아침에는 조금만 내려 다행이었다. 5분 만에 고개를 넘어,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걸음도 느린 내가! 감사해라.


참고로 중, 고등학교 때 100m 달리기를 하면 20초 걸렸다. 보통 16~17초인데, 겨우 3초 차이지만 20초면 꼴등이었다. 야.. 너는 걸어오냐? 소리를 매번 들었다. 체육시간이 정말 싫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땐 달릴 때, 별로 의지가 없었던 거 같다. 하기 싫다. 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 제풀에 포기부터 하고 달렸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겠지. 9시라 꽉 찬 만원 지하철에 끼여 가는 동안 문득 중고등학교 때 체력장 하던 생각이 났다.


가는 내내 피가 마르며, 9시 45분에 병원이 있는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지하철역에서 병원까지 가려면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평소 걸음으로 역시 15분 남짓한 거리다.


그 동네도 비가 내렸다.

아주 많이 내렸지만, 역시 우산 꺼낼 틈도 없었다. 그날 콘셉트는 미친 사람이었다. 비 오는데 우산도 못 쓰고 달리는 사람. 다행히 덕분에 9시 50분까지 병원에 도착했다.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발견


위내시경을 받고 결과를 들었다. 위궤양은 나았는데, 헬리코박터균이 의심된다고 균검사를 한다고 하셨다. 결과는 다음날인 금요일에 나온다고 했다. 제가 전화드릴게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무서웠다. 뭐지? 균?

균이 확인되면 바로 치료해야 합니다. 약물치료예요. 약 드시면 되는데, 재발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과 식사는 따로 하시고, 침이 섞이지 않게 조심하세요.


어차피 '간' 때문에 보균자 신세라, 이래나 저래나 조심하고 있던 터였지만.. 문제는 아이가 요즘 들어 내가 먹는, 내가 들고 있는 음식을 탐낸다는 거다. 엄마 한 입만! 앙.. 이런. 조심해야겠다.




목요일 오후


검사 끝나고 나왔는데, 속이 너무 쓰렸다.

전날 금식을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느껴졌다. 검사하고 진료 보고 나오니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병원 근처 지하철역 근방에 "서*웨이"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주문해서 먹었다.


거의 마시듯 먹고, 후다닥 지하철을 탔다. 서울 끄트머리라, 그리고 평일이라 지하철이 바로바로 오지 않았다. 와도 간발에 차이로 놓쳐 다음, 다음 지하철을 타고 피가 바싹바싹 말라가며 갔다.


지하철 내리니 비가 쏟아졌다. 우산 쓰고 버스를 타고 유치원이 있는 집 쪽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산 2개를 들고, 바람처럼 날아서 갔다.


육아를 하며 상승한 스킬 중에 하나가 바로 '달리기'였다. 예전에도 이렇게 용기 내서, 잘 달려볼걸. 하면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이와 함께 집에 오는 길에 후회와 밀려드는 피곤으로 몸이 무거웠다.



원글 링크 :






엄마탄생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랑 엄마랑, 손이 닮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