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14)
위내시경 검사와 함께 균검사도 했다. 균검사 결과는 다음날 알려준다고 했는데...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하필 장대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엄마탄생 열네 번째 이야기 :
달리고 또 달린 날
위내시경으로 위궤양이 치료되었음은 확인했지만, 헬리코박터균이 의심된다고 했다. 균검사 결과는 다음날 알 수 있으니, 다음날 전화로 알려주시겠다고 했다. 속이 계속 쓰린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금요일이었다.
겨울비 치고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기를 수시로 들여다봤다.
11시 40분쯤 전화가 왔다.
역시.. 균이 발견됐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오늘(금요일) 4시 반까지 계시고, 토요일은 종일 계신다고 했다. 그런데 빨리 오셔서 약을 받아 가세요.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혹시 몇 시까지 오실 수 있어요? 하시길래, 1시까지는 갈 거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선생님은 12시 50분까지 있다가 식사를 가실 거라고 했다. 11시 43분이었다. 병원까지는 택시를 타고 1시간 간당간당하게 걸린다.
지금 가면 아이 하원은?
슬쩍 고민하다가, 나도 모르겠다. 네네. 알겠습니다. 빨리 가볼게요. 하고 문 열고 무조건 나갔다. 여전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겨울비가 슬프게 느껴지는 건, 눈이 되지 못한 물방울들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기 때문인가. 겨울비 치고 많이도 내렸다. 슬펐다.
시간 쫓기지만, 좋게 마무리를..
앱으로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갔다.
비 오니까 가는 길에 슬쩍슬쩍 막혔다. 차도 막히고, 피도 마르고.. 목요일과 금요일 연달아 피가 마르네. 선생님이 좀 일찍 알려주시지. 아니고, 균이 안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내가 좀 건강해서 어디 좀 안 아프면 좋은데. 등등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할 수 없지. 뭐..
다른 생각 다 소용없지. 이렇게 된 거 약 잘 먹고, 치료받으면 된다.라는 좋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택시가 12시 48분에 병원 앞에 도착을 했기 때문이다. 수납부터.. 헉헉. 간신히 하고, 진료실로 30초 만에 뛰어갔다.
원래는 12시 반에 오전 당일 진료가 마감되는데, 선생님이 나는 그냥 오라고 했단다. 그래서 바로 갈 수 있었다. 선생님 뵙고, 다음 검사일 잡고, 처방전 들고 약국에 갔다.
유치원에는 1시간 늦게 데리러 간다고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런 다음 병원 근처에서 죽 한 그릇을 후딱 먹고, 다시 달리고 또 달려서 유치원으로 갔다.
약맛이 쓰다. 정확히 말하면 뒤끝이 오래가고, 쇠 같은 게 속에 있는 느낌이다. 균을 죽이는 약이니 당연하겠지만.. 설명 들은 대로 몸도 살짝 불편하다. 2주만 먹으면 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균도 잘 죽고, 속도 덜 아프면 좋겠다.
아플 수도 있지. 아프면 치료받고 나으면 된다. 괜찮다. 그럴 수 있다. 다독다독.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자주 하면 좋을 것 같다. 소리 내어 말로도 하고,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 위 내시경 에피소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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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탄생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