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15)
2024년 1월 4일에 예비 초등생인 유치원 아이와 함께 초등학교에 다녀왔다. 예비소집일에는 뭘 하는 건지 모르고, 출력해 놓은 취학통지서를 들고 용감하게 학교에 갔다.
엄마탄생 열다섯 번째 이야기 :
1980년에 국민학교를 입학했던 엄마와
2024년에 초등학교 입학 예정(글 쓸 당시/ 현재 초1)인 딸
늦게 낳은 귀한 아이 덕분에, 2024년에 초등학교를 구경하게 되었다.
PC에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취학통지서를 작성한 다음 [등록] 버튼을 꾹 눌러서 제출하고 출력했다.
출력한 '취학통지서'를 들고 예비소집일(1월 4일~5일)에 해당 초등학교에 아이와 함께 방문하면 된다.
고 했다. 일단 여기까지가 예비 초등생의 입학 전 준비였다.
44년 전인 1980년에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를 다닌 나는, 당최 21세기인 2024년에 초등학교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 시스템도 하나도 모르겠고.. 나야말로 모든 게 처음이었다. 리셋이 됐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 시작되었다고 해야 할까?
step1.
온라인 취학통지서 제출
12월 초 '온라인 취학통지서를 제출'하라는 문자를 남편에게 전달(모든 주요 문자는 '세대주'인 남편에게 간다) 받고 낑낑대며 PC로 작성했다. 유치원 신청할 때도 그랬지만,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제출할 때도 핸드폰이 아닌 PC로 작성해야 했다. 집에 프린터가 없어서, 도서관 가서 출력했다.
도서관의 '디지털 라운지'의 쓸모를 알게 됐다. 돈을 내야 했지만 근처에 출력센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디지털 라운지에 출력, 복사, 스캔 등을 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었다.
'취학통지서'와 같은 인증 문서는 딱 한 번밖에 출력할 수 없다고 해서, pdf로 만든 다음 pdf파일을 출력했다. 취학통지서 만든 기념으로 파일을 만들어 간직하고 싶었다.
step2.
취학통지서 들고 아이와 학교 방문
유치원 끝나고, 피아노 학원 수업도 마친 다음 아이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학교 정문으로 들어섰다. 어디로 가지? 두리번거리다가 경비실 아저씨께 여쭤봤다. 저어기 오른쪽으로 쭉 따라 들어가다 보면 안내 화살표가 보일 거예요.라고 친절하게 말씀해 주셨다.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니 작은 강당 같은 곳이 보였다. 어서 오세요! 선생님 한분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여기서 이걸 써주시고요. 학생은 저기 앞으로 가볼까? 하면서 아이에게 앞쪽으로 가라고 알려주셨다. 아이는 혼자서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내가 종이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동안 아이는 선생님들의 질문에 답을 했다. 이름이 뭐니?/ 엄마 이름은?/ 아빠 이름은?/ 언니나 오빠 있어? 이름이 뭐야? 몇 학년이야?/ 누구 닮아서 이쁜 거야? 등등의 질문을 하셨고, 아이는 떨지 않고 또박또박 답을 했다. 잘한다! 아이고 귀여워. 뒤에서 조용히 응원했다.
안내 선생님이 취학통지서와 작성한 종이를 앞에 갖다 주세요. 하시길래 나도 앞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늦게 낳은 아이인데, 외동이라.. 잘 부탁드려요. 하고 90도 인사를 했다. 선생님들은 웃으시면서, 아오. 걱정 마세요. 똘똘하게 말도 잘하는 친구네요. 오늘 온 친구 중에 말을 제일 잘했어요.라고 칭찬해 주셨다. 덕담이라도 기분이 좋았다.
학교 로고 박힌 커다란 황색 봉투를 건네받고, 아이와 함께 90도 인사하면서 나왔다. 안에 안내문 보시고요. 알리미 등록해 주세요. 3월 4일 날 만나자! 하고 인사해 주셨다. 집에 와서 안내문에 나온 대로 알리미와 앱을 하나 더 깔았다. 교육청에서 하는 부모 교육도 있길래 신청했다.
같은 나라, 다른 시스템
한 학년에 몇 반 정도 되나요? 하고 여쭤보니 4반까지 있을 예정이라고 하셨다. 순간 격세지감이 들었다. 내가 학교 입학했을 때는 한 반에 60명씩 13 반인가? 14반까지 있었다. 거기다가 저학년 때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했다.
요새는 아이들이 줄어서 보통 한 반에 20명 내외라고 들었다. 우리가 이사 온 동네만 한 학년에 4반이지, 바로 인근 다른 지역은 아이들이 많아서 한 학년에 15반까지 있다고 했다. 어쨌든 몇 반까지 있어도 한 반에 20명 내외일 테니.. 아이들이 줄긴 많이 줄었나 보다.
초등학교 1학년은 '자기가 초등학생인 줄 아는 유치원생'이나 다름없다던데.. 아이가 잘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정작 아이는 즐거운 거 같은데, 엄마인 내가 걱정이 많았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예비소집일날 밤에 설사하고 배가 아팠다.
하긴, 학교 간다고 그날 아침에 뿌리 염색도 하고 머리도 자르고 갔다. 엄마가 더 긴장했다. 아이는 학교 앞에서 태권도 사범님들이 나눠주는 사탕과 젤리를 받고 신나 했다.
잘 다닐 수 있겠어? 네!
교실도 잘 찾아갈 수 있고? 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네.
그래. 좋았어! 엄마는 학교 졸업한 지 오래돼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 딸이 잘할 거라 믿는다. 우리 한번 잘해보자. 엄마도 이제 학교 같이 간다는 마음으로 잘해볼게!
80년대 개발도산국이었던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엄마지만,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입학하는 딸을 위해 용기를 내어볼게. 우리 진짜 잘해보자.
잘 모르는 새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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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탄생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