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졸업식, 아이 졸업식에 엄마가 울다

엄마탄생(16)

by 청자몽

졸업식에 정작 딸아이는 울지 않았는데, 엄마인 내가 펑펑 울었다. 이런.. 바보 같이. 흑.. 그런데 돌아보니 나만 운 게 아니었다. 바보 엄마, 바보 아빠가 다 울고 있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엄마탄생 열여섯 번째 이야기 :



2월 22일, 화이트 졸업식


"엄마, 겨울왕국 같아요!" 화이트 졸업식이었다. ⓒ청자몽


졸업식 전날이었던 수요일(21일) 진눈깨비가 쏟아질 때, 나는 바닥이 젖어서 눈이 쌓이지 않을 거라고 했다. 딸아이는 아니라고 했다. 아닌데.. 이게 쌓일까? 바닥이 물인데?


라고 했지만,

오래 살았다고 자부하는 내가 틀렸다. 밤사이에 거짓말처럼 그 진눈깨비들이 함박눈으로 바뀌어버렸던 것. 아침에 라디오 DJ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서울에 13.5cm나 눈이 내렸다고 했다.


엄마가 틀렸다.

딸아이는 의기양양해하며 자기 말이 맞았다고 했다. 그러게. 경험치가 사실 소용없을 때가 있지. 직관이 맞는 거야. 그냥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게 더 맞을지도 몰라. 하며 밤사이에 예쁜 엽서로 바뀐 세상 구경하기 바빴다.


우리는 그렇게 가방도 없이, 마지막으로 유치원에 갔다. 강당이 좁아서 졸업식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아이의 반은 2부에 졸업식을 한다고 했다. 아이와 조금 있다 다시 만나자면서 현관에서 인사했다.


마지막 등원길이었다.





눈꽃길을 걷다.


꽃보다 눈꽃 ⓒ청자몽


졸업식까지 시간이 남기도 했지만, 주변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 이렇게 예쁜 모습을 어떻게 그냥 지나가.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서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왔다. 이곳에 이사 온 지 겨우 4개월밖에 안 되어서, 우리는 사실 졸업이어도 진짜 졸업은 아니었다. 실은 작년 10월 말에 떠나오면서 많이 울어서, 그때 울 거를 다 운 셈이다.


그런데도 기분이 이상했다.

언제 커서, 유치원을 다 졸업하는 걸까? 아직도 아기 같은데 자기보다 커 보이는 가방을 메고 어떻게 걸어갈까? 애기였는데, 다 컸네. 별별 생각이 다 드는 거다. 그러면서 울먹거리는 내가 우스웠다. 졸업은 애가 하는데, 엄마가 왜? 이러지?


서둘러 집에 가서 정리를 하고, 남편과 졸업식에 갔다. 되게 이상해요. 마음이.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얼풋 들었는데, 이게 내가 그 상황이 되니 실감이 나네요. 오히려 초등학교 졸업이나 중, 고등학교 졸업식엔 안 운대요. 이제 내가 학부모가 되나? 싶어서 울컥한다던데 그건가 봐요. 옆에서 남편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울어버리다.


두 반이 같이 하는 졸업식이라 거의 6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입장을 했다. 상장을 받으며 소감 한마디를 하는, 다소 긴 행사였는데...


문제는 분명 재밌고, 웃기기도 했는데 이상하게 울컥했다. 얼어버린 아이도 있고, 장난스러운 친구도 있었으며, 말하다가 울먹거리는 아이도 있었다. 유치원생 특유의 또박또박 말투인 아이도 있었다.


각자 자기 아이 나오면 사진과 영상 찍느라 바쁜 것 같았지만, 우는 엄마나 아빠도 있었다. 나도 마음이 이상했는데, 다들 그랬나 보다. 정작 아이는 씩씩하게 웃으며 발표 잘하고 노래도 잘했는데... 나는 고개 푹 숙이고 엉엉 울었다. 이게 울 일인가? 싶게.


그런데 우는 나를 탓하지는 않았다.

다들 울고 있었으니까. 아마 대부분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중에 끝나고 남편한테 물으니 자기도 약간 울컥했다고 한다. 그렇죠. 우리가 이제 학부모가 되는 거예요.


아기 같던 아이는 유아 시절을 건너 어린이가 되어간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이 오늘 아침에 본 풍경처럼 예쁘기만 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오늘처럼 씩씩하게 노래 부르고 힘차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오늘 졸업하는데 기분이 어때?"


"설레요."



다행이다. 좋은 기분이어서...

끝나고 새로 시작하는 거야. 졸업, 그리고 시작. 노래처럼..




졸업 그리고 시작

[ 1절 ]
설레임 가득 안고 시작한 학교 생활
희망 우정 고민 소중했던 시간
어려움 있었지만 하나씩 배워가며
친구들 선생님과 작은 세상을 배웠네

내 곁에서 함께한 내 친구들
이제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
나를 믿고 가르쳐준 우리 선생님
표현은 서툴지만 정말 사랑합니다.

**졸업하고 축하하고 꿈을 꾸고 시작하고
모두가 행복하고 함께하는 우리
너와 나의 꿈과 용기 저 하늘에 가득 채워
더 넓은 세상으로 달려나가자

[ 2절 ]
두려움 가득 안고 시작한 학교 생활
행복 사랑 고민 소중했던 시간
어려움 있었지만 하나씩 배워가며
친구들 선생님과 작은 세상을 배웠네

내 곁에서 함께한 내 후배들
이제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
나를 믿고 응원해준 우리 가족들
표현은 서툴지만 정말 사랑합니다.

**졸업하고 축하하고 꿈을 꾸고
시작하고 모두가 행복하고 함께하는 우리
너와 나의 꿈과 용기 저 하늘에 가득 채워
더 넓은 세상으로 달려나가자

**졸업하고 축하하고 꿈을 꾸고
시작하고 모두가 행복하고 함께하는 우리
너와 나의 꿈과 용기 저 하늘에 가득 채워
더 넓은 세상으로 달려나가자
더 넓은 세상으로 달려나가자

출처 : https://m.bugs.co.kr/track/31785415?_redir=n
(가사는 벅스뮤직에서 가져왔고, 띄워쓰기와 단락구분은 내가 했다.)




원글 링크 :






엄마탄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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