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18)
정작 내 입학식은 생각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졸업식은 대충 다 기억나는데.. 시작은 원래 그런 걸까? 정신없는 날이었다.
엄마탄생 열여덟 번째 이야기 :
무척 떨렸던, 입학식 전전날과 전날
입학식 전날, 떨렸다.
사실 전전날이 더 떨렸다. 너무 긴장돼서 그만 배앓이도 했다. 갑자기 설사를 막 했다. 이건 유산균이 아직 모자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인가? 둘 다인가?
입학식 전날 신발주머니 챙기면서, 문득 애 낳으러 병원 가기 전날 가방 싸던 생각이 났다. 떨린다. 무섭다. 두렵다. 어떻게 하지?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가 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가는 건데...
마음이 이상했다.
진정하자. 아이가 입학하는 거야.
그런데 막상, 입학식 당일
덤덤했다.
전날과 전전날에 비하면 신기할 정도였다. 그냥 그냥 무슨 행사에 가나보다 정도의 느낌이었다. 휴가 낸 남편과 아이와 나와 셋이 어딘가 가는구나 그 정도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 입학식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입학을 몇 번 하고, 졸업도 몇 번 했을 텐데.. 신기하게도 입학식이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남편한테 물어보니 남편도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우리 뇌는 마침표만 기억하기로 한 걸까?
그러고보니 입학할 때는 정신없이 시작해서 그런가 보다. 준비할 것도 많고, 뭐 써오라고(회신) 하는 것들도 많고 그래서 감성에 젖을 틈이 없었나 보다.
앱의 시대라, 회신해 달라는 메시지와 읽어야 할 문서들이 며칠사이에 엄청 왔다. 오늘은 3개를 회신하고, 답장도 보내고 정신없었다. 선물로 나눠주신 학용품 하나하나 이름스티커를 다 붙였다. 학용품뿐만 아니라 이름스티커도 프린트해서 주셨다.
1학년이 몇 명 안 돼서, 모두 단상으로 올라가 교장선생님께 인사하고 학용품도 받았다. 식이 끝나고 교실 구경도 갔다. 초등학교 교실은 얼마 만에 가보는지 모르겠다.
딸! 고마워.
하지만
진짜 시작은 입학식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등교는 3월 5일부터 하게 된다.
진짜 시작은 화요일부터다. 내일이 진짜 시작이라 또 떨린다. 일단 등교시간부터 달라졌으니까.
9시 반까지 등원하던 유치원 꼬꼬마는 내일부터 9시까지 등교하는 초등생 언니가 되었다. 잘해야 될 텐데. 아이도 나도. 내 입학식은 죄다 잊어버렸어도, 아이의 입학식은 이제 하나씩 꼭꼭 싸서 잘 담아주려고 한다.
나의 학창 시절은 가버린 지 오래됐지만, 아이의 세상은 이제 시작되었다.
이제 진짜로 시작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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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탄생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