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이 파래서, 종일 기분 좋았던 날 그린 그림이다. 날씨에 좌우되는 기분이라니. 꽤 단순한 이유로 기쁘고 우울하고 시큰둥하다. 이런 건 나이와 상관없나 보다. 이 그림을 그리던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 그렇다.
이제 점점 해가 짧아지면서 햇볕이 귀해지고, 회색 흐린 하늘을 더 자주 볼 텐데.. 그러면 우울함을 더 자주 느낄 것 같다. 어디 커다란 자루에다가 한여름 땡볕을 가득 담아둘걸 그랬나 보다. 한때는 따가워 피하기 바빴던 쨍한 볕이,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던 하늘이 벌써부터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