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22)
남들이 다할 때, 관심이 없던 일 중에 하나가 바로 봉숭아물들이기였다. 그러던 내가 아이 덕분에 처음으로 봉숭아를 키우고, 또 손톱에 물도 들였다.
엄마탄생 스물두 번째 이야기 :
봉숭아 키우기
초등1학년인 딸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유치원에서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인 적이 있다. 마당 화분에서 키운 봉숭아 꽃과 잎을 빻아서 손톱에 물을 들였다. 그런데 백반을 넣지 않고 물을 들여서, 이틀 정도 지나니 다 빠져버렸다. 아이는 속상해하며, 다음에 언젠가 꼭 봉숭아물을 제대로 들이고 싶다고 했다. 그다음에 가 현실이 됐다.
지난여름에 다*소에 갔다가 봉숭아 씨앗을 샀다. 8월 중순이라 땡볕이고 무척 더울 때였다. 씨앗봉지를 만지작거리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제 씨를 심어서 언제 꽃을 볼까? 그전에 씨를 심어서 꽃을 피울 만큼 키울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반신반의하며 그냥 해버린 일을 정말 실패하고 말았다. 같이 샀던 봉숭아도 해바라기도 모조리 죽였다. 씨를 심어 꽃까지 보는 일은 멀고도 험해 보였다. 그래도 아쉬워서, 이리저리 찾아보고 '씨드볼'이라는걸 찾아서 다시 한번 도전했다.
봉숭아 씨드볼은 싹을 틔우는 데 성공했다. 두세 번의 시도 끝에 8월 말에 야리야리하고 조그만 싹을 만날 수 있었다. 연둣빛 새싹은 이글거리는 길고 징한 햇살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땅 넓은 줄 모르고, 하늘 높은 줄만 알던 야리야리했던 싹은 정말 잘 자랐다. 하루가 다르게 손가락마디만큼 쑥쑥 길어졌다. 과연 듣던 대로 줄기도 점점 굵어졌다. 제법 잎사귀가 돋아나는가 싶더니 마침내 10월 중순, 진한 주황색과 짙은 분홍빛의 봉숭아꽃이 예쁘게 폈다. 드디어! 봉숭아꽃을 만났다.
봉숭아물들이기
믿을 수 없겠지만.. 나는 태어나서 처음 봉숭아물들이기를 했다. 남들 다 할 때 구경만 했던 일이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니, 덕분에 나도 같이 할 수 있었다. 1시간 만에 풀어버린 내 손가락은 아쉬운 상태로 물이 들다 말았고, 2시간을 꿋꿋이 기다렸던 아이의 손가락은 예쁘게 물이 들었다.
이야! 너무 예뻐요!
아이가 뛸 듯이 기뻐했다. 다행이다. 이번주말에 꽃 피는 걸 봐서 다른 손가락도 2개 더 물들여보기로 했다. 자그마한 씨를 심어 꽃을 보고, 물까지 들이다니..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잘 돼서 다행이다. 아이 덕분에 작지만 조그맣고 소중한 성공 경험을 추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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