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거"라는 마법 같은 말

엄마탄생(23)

by 청자몽

김연아 선수가 했던 말이다. 그러게. 그냥 하면 됐는데.. 왜 그렇게 많이 고민하고, 또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엄마탄생 스물세 번째 이야기 :


그냥 하는 거지


( 이미지 출처 : 유튜브 'MBC스포츠탐험대' 영상 화면 캡처 )


김연아 선수가 선수 시절에 했던 말이라고 한다. 연습할 때 무슨 생각하면서 하느냐는 질문에 한 답이라는데...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


뭔가 할 때 그냥 하는 거지. 여러 이유나 조건을 생각하며 할 필요는 굳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할 때,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과 이유를 갖다 대며 힘들어하지 않던가.


별말 아닌 거 같으면서, 무릎을 딱 치게 하는 말이었다. 그래. 이거 괜찮네. 이렇게 한번 살아보자. 하며 나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간단명료한 말은 순간순간 나를 움직이는 마법의 말이 되었다. 게다가 때때로 설득의 말이 되기도 한다.




그냥 하는 거야. 그러면 돼.


우습지만 그동안 하기 제일 싫었던 일이 바로 '빨래 개기'였다. 빨래를 담당하는 세탁기에 이어, 이사 오면서 마련한 건조기는 빨래를 널고 걷는 수고를 줄여주었다. 문제는 빨래를 개고, 각각의 장소에 옷을 가져놓아야 하는 일은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별거 아니지만, 늘 하면서 하기 싫은 일이었다. 아니 이것만 하면 되는데 세상에! 이 당연한 일이 왜 그렇게 하기 싫은지. 빨래를 돌리고, 건조기에 돌려서 꺼낸 다음 분류해서 정리만 하면 되는데.. 하기 싫었다.


너무 하기 싫어서, 다 건조한 빨래를 바닥에 던져놓은 채 반나절 넘게 방치해두기도 했다. 그리고 원망했다. 죄 없는 빨래들이 미움을 받았던 것. 빨래만 없다면.. 저것들만 없으면.. 등등 보면서 투덜투덜거렸다.


그러다가 "그냥 하는 거지"를 떠올렸다.

그렇다. 그냥 하면 되는 거지. 왜 미워해. 어차피 할 일이잖아. 어차피 내가 할 일이고, 누가 대신해주지도 않는데... 왜 미워하며 싫어할까. 어쩌면 하찮게 생각을 하며, 이 일을 해야 하는 내 자신이 미워진 게 아닐까 돌아보게 됐다.


생각을 정리한 다음부터 빨래 개는 일은 '그냥 하는 일'이 됐다. 이왕 하는 거 빨리 하거나 즐겁게 하자. 어차피 할 일이잖아. 무슨 이유를 그렇게 갖다 붙이는 거야. 평생 할 일이면 그냥 하자. 그러면서부터 더 이상 괴롭지 않다.




그리고 설득의 말이 되다.


이후로 빨래가 바닥에 오래 널브러져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정 시간이 없으면 대충 분류만 한 상태에서 원래 놓여 있던 장소에 갖다 두고 급한 다른 일부터 갠다. 급한 일 보고 나중에 와서 후다닥 하면 된다.


오. 좋은데! 아주 좋은데!

하기 싫은 일을 다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냥 하는 거지'는 빨래 개기 말고 다른 일 할 때도 적용이 됐다. 요리할 때도, 쓰레기 모아 버릴 때도, 널브러진 물건들 정리할 때 등등.. 그냥 하면 됐다. 그냥 쓱쓱 하자. 해버리자.


그냥 하다 보니 몸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가벼워졌다. 내가 진짜 엄청난 걸 알게 됐구나. 이런 걸 왜 그렇게 힘들어하며 살았을까? 그리고 나 자신까지 갉아댔을까? 그냥 하면 되는걸.


깨달은 걸 실천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이건 응용도 됐다. 숙제하기 싫거나 뭔가 해야 할 일을 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설득하는 데 사용한다. 나름 효과가 있다. 설득이 안 될 때도 있지만..



"힘들지? 맞아. 힘든 거 맞아. 하기도 싫고. 나도 하기 싫었는데.. 그냥. 그냥 하면 돼. 하면 되더라고. 엄마가 빨래 개는 거 진짜 싫어했잖아. 그거 어떻게 빨리하게 된 줄 알아?"



하면서 그냥 하는 거야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아니 평생 하기 싫은 수많은 일을 묵묵히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하는 일은 쓱 해버리자. 그냥 하면 되는 거였는데.. 맞아. 당연하면서 엄청난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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