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요리(7)
용감하게 미나리 삼겹살과 미나리전도 해서 먹었다. 미나리는 며칠 동안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화수분 같은 존재였다. 한단의 가성비가 꽤 높다.
도전! 오늘의 요리
너무 더워서, 불 덜 사용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고민 중이다. 게다가 방학 중이라 삼시 세끼가 늘 고민이기도 했다. 아침은 대충 어떻게 한다 쳐도 돌아서면 곧 점심이고, 금세 저녁을 해야 한다. 중간에 간식도 챙겨야 한다. 저녁 끼니만 걱정하던 때가 좋았구나 싶은 날들이었다.
마침 눈이 가던 '미나리' 글을 보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마침 또 눈에 들어오던 동영상이 있어서 처음으로 미나리를 한단 주문 했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 글을 쓰면서 처음 주문해 보는 게 많았던 것 같다. 처음 주문해 보는 것, 처음 써보는 주제, 처음 해보는 일, 그리고 용기를 냈던 일 등등. 미나리 구매도 그중에 하나였다.
올봄에 머리털 나고 처음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던 쑥처럼, 미나리도 그랬다. 다양하게 유용하게 몇 끼의 반찬으로 응용할 수 있었다. 글을 보지 않았다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으면.. 나는 절대로 맨 정신에 미나리를 살 사람이 아니다. 정말이다. 어쨌든 미나리가 왔고, 참 잘 먹었다. 다음 장 볼 때도 한단 주문해야겠다.
미나리 사서 일단 '미나리 볶음밥'을 해서 먹었다. 아이가 잘 먹었다. 요리할 때부터 향을 맡으며 좋아했다. 주말에 푸짐하게 볶아서 남편과 셋이서 먹었는데, 입맛 까다로운 남편도 두 그릇이나 먹었다. 먹을 때 오이랑 미나리를 대충 달콤하게 무쳤다. 맵게 무쳐야 제격일 것 같지만, 아이랑 같이 먹으려고 그렇게 했다. 그렇게 먹고도 반이 남았다.
그래서 어쩌지?
하다가 앞번에 쓴 글의 댓글을 보면서 '미나리 삼겹살'과 '미나리전'을 처음으로 해봤다. 미나리 삼겹살도 찾아봤다. 둥글게 말려진 냉동 삼겹살에 미나리를 넣고 싹둑 잘랐다. 복합기 프라이의 삼겹살 모드로 돌렸다. 구워지는 중간에 미나리 자른걸 더 넣어줬다.
결과는요
정석대로 한다면 찜기로 찌거나 프라이팬에서 구워야 할 거 같은데.. 너무 구웠나 싶다. 늦게 넣었던 미나리 잎이 타버렸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이렇게 해놓는데, 그래도 미나리가 남았다. 엄청난 녀석이다. 그래서 이참에 미나리전도 부쳤다. 미나리전은 그냥 부침가루에 물 넣고 남은 미나리를 다 잘라 넣은 다음에 구웠다.
이리하여 며칠을 함께 해준 미나리 한 단을 다 먹을 수 있었다. 굉장하다! 미나리 덕분에, 요리 잘 못하는 내가 요리 글 2개를 연달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잘 모르시는 분들은) 요리 잘하는 사람인가? 하실 수 있으나 절대 아니다. 보면서 에게.. 이 정도? 는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성공이다. '야나두'(야 나도 할 수 있어) 면 성공.
글 하나에 많은 이야기들
늘 그렇듯 내가 이런 걸 쓰면? 에고. 별거 아닌 이런 걸 써도 되나? 한심해 보이려나? 등등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면서 글을 쓴다. 글에 의견들을 보면서, 그래도 쓰기를 잘했네. 감사합니다. 오늘 잘 살았네. 내일은 뭐 할까? 또 뭘 쓰지? 그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도, 마음도, 내 하루도 조금씩 채워져 가며.. 비워지며 이곳에서의 하루가 쌓였다. 그래서 어찌 되었든 참 고맙고 또 고맙다. 멀리 섬에 사는 듯해도 함께 사는 것 같아 살 맛이 났다.
참 대단한 미나리와 함께 한 며칠이었다. 아직도 요리가 즐겁진 않지만, 보람차다. 충분히.
미나리야! 정말 고마워.
그리고 늘 그렇듯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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