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26)
초등학교 학부모로 1년을 보냈다. 덕분에 늦은 나이지만(다소 많이 늦은), 그래도 아이 덕분에 다시 8살이 된 기분이었다.
엄마탄생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
다시 가본 초등학교
동갑내기인 우리 부부와 아이는 44년 차이가 난다. 우리는 아이 덕분에 44년 만에 초등학교에 다시 가게 됐다. 초등학교는 한마디로 '다시 만난 세계'였다.
1980년에 국민학교를 입학했던 나 또는 우리는, 2024년의 초등학교가 낯설고 신기했다. 일단 한 반에 19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부터가 놀라웠다. 게다가 한 학년이 4반까지만 있단다. 세상에!
내가 초등학생(즉 국민학생)이었을 때는 한 반에 60명이었고, 한 학년에 10반이 훌쩍 넘었다. 그러니까 한 학년이 600명이 넘는 학생이 있었다. 학생이 차고 넘쳐서 교실도 부족했던 탓인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학교를 갈 정도였다.
입학하고 며칠 안 되서부터 아이는 급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 또한 신기했다. 급식 먹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신기했다. 우리 때는 몇 학년 때부터인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던 것 같은데, 1학년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래전이라 희미하다.
최근에 학부형이 되신 분들이나 이전에 이미 학부형이셨던 분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질 여러 가지가, 오랜만에 학부형이 된 나 또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수업, 공부
학교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1학년은 주로 놀이나 활동 위주의 수업이었다. 아.. 물론 국어와 수학을 배운다. '산수'가 아니라 당당하게 '수학'이라는 교과명으로 배운다. 국어는 국어활동 책이 더 있고, 수학은 수학 익힘 책이라는 별도의 문제 익힘책이 있었다.
예전에 '슬기로운 생활'/ '바른생활' 등의 이름에 교과를 배운 젊은 세대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것 또한 다른 이름의 교과로 배우고 있었다. 아이보다 3살 많은 사촌 언니는 계절시리즈(봄, 여름, 가을, 겨울)라는 이름의 교과를 배웠다던데..
아이는 2022학년도에 새로 바뀐 교과목의 책으로 생활 부분을 공부했다. 1학년 1학기 때는 사람들/ 우리나라/ 탐험/ 학교라는 책으로 공부하고, 2학기 때는 하루/ 상상/ 약속/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공부를 했다.
교과서는 알록달록 예쁘고 또 아기자기했다. 스티커('붙임딱지'라는 예쁜 우리말로 불린다)도 있어서, 활동에 따라 붙이기도 했다. 별첨으로 첨부된 종이를 다다닥 뜯어서 카드 활동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오릴 필요 없이 뜯어서 쓰기 좋게 되어 있었다.
수업 시간 중간에 한 20여분 놀 수 있는 '중간놀이 시간'이라는 시간도 있었다. 그렇게 긴 휴식시간엔 뭘 하면서 보낼까? 재미난 놀이를 하거나 한숨 자거나 여러 가지를 하는 모양이었다.
몇 명씩 조를 이뤄서 작은 단체 활동을 하는데, '모둠 활동'이라고 했다. '모둠'이라는 순우리말이 일상용어가 되어 있었다. 무슨 모둠, 무슨 모둠으로 작은 팀들을 부르고 있었다. 신선했다.
음악 시간에는 '오카리나'라는 작은 피리 모양 악기를 배우고, 교구로 수업을 하는 시간에는 수업받는 별도의 교실로 이동을 했다. 수업 시간에 학교 도서관에 가는 때도 매주 정기적으로 있었다. 수업들은 학교마다 다를 테지만.. 들으면서도 역시 신기했다.
다시 들여다본 공부
한글 글자 쓰기를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아이가 쓰는 글자를 함께 들여다봤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생겼다. 왜 한글 글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고, 위에서 아래로 쓰는가? 그동안 그렇게 글자를 많이 썼으면서 왜 이런 순서를 쓰는지에 관해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구나 싶었다. 한글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당연하게 너무 당연하게 하던, 더하기와 빼기도 다시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가르기/ 모으기라는 개념으로 더하고 빼는 걸 배우는 걸 보고 놀랬다. 더해서 10 이상이 되는 수를 만드는 과정도 신기했다. 빼기를 잘하려면 더하기도 당연히 잘해야겠지만, 둘이 유기체 같은 관계임을 새삼 돌아보게 되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내가 지금 알고 있고,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부분들이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것이구나 싶다. 그리고 여러 번 생각을 해서 이해를 다지는 과정이 필요했던 게 그동안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아마 참 그동안 여러 가지를 많이 많이 천천히 익혔겠구나.
1년 동안도 이렇게 많이 배웠는데, 내년에는 또 뭘 배울까? 얼마나 성장할까? 기대가 된다. 친구관계 등으로 부딪힘도 있고, 진통도 조금씩 겪어가는 것 같은데.. 이 자그마한 아이는 또 어떻게 그 과정을 지나갈까?
새삼 내가 현재의 내가 되기까지 지나갔을 시간들이 커다랗고 위대하게 느껴졌다. 그냥, 대충, 막 지내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이 덕분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함께 간다. 많이 늦었지만, 쏜살같이 빠르게 스쳐간 참으로 길고도 귀한 시간들을 되짚어보게 된다. 신기하고 낯선 물음과 함께.
우리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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