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27)
사랑을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아이에게 받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늘 당연히 받고 있어서, 몰랐을 뿐...
엄마탄생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
맨날 그 자리에 있었는데..
일찍 수업이 끝나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스한 볕이 드는 나무 근처에서 초조하게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아이가 교문을 지나면 '알림' 메시지가 온다. 알림을 기다리고 있는데... 웬 할머니스러운 아주머니가 까만 봉지를 들고 쭈뼛쭈뼛 내 옆으로 오셨다.
슬쩍 물러서니, 할아주머니는 까만 봉지에서 과도를 꺼내어 익숙한 솜씨로 흙을 파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풀 같은 거를 쓱 꺼내어 탈탈 털며 봉지에 담으시는 거다. 풀은 먹을 수 있는 나물이었나 보다. 이름이 궁금해서 같이 쭈그리고 앉아 할아주머니께 여쭤봤다.
"그게 뭐예요?"
"냉이예요. 냉이"
"냉이요? 이게요?"
"아우. 냉이가 아주 이쁘게 올라와서.. 약 치기 전에 캐내는 거라우."
"그렇군요. 냉이인지 몰랐어요. 저는 서울 사람이라."
진짜 몰랐다.
맨날 봤는데 몰랐다. 보고도 그냥 뭐 이름 없는 잡초이겠거니 하고 넘겼었는데... 며칠 전 온라인 마트에서 사서 된장국에 넣어 먹었던 바로 그 냉이였다. 이렇게 널려있었는데도 몰랐구나.
가만히 깨닫는 것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아이도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고, 나를 뚫어지게 보는 아이를 느낀다. 필요해서 부르고, 답답해서 부르며, 좋아서 부르는 이름. 엄마! 엄마! 엄마! 너무 많이 불려서 이제 덤덤해진 나를 부르는 호칭. 어느 순간 내 본명보다 더 많이 불리는 이름. 엄마.
나도 누군가에게 전부인 적이.. 있었겠지만, 까마득한 과거 또는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진짜 나는 누군가에게 전부가 되었다. 아이는 나에게 많이 의지한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에게 의지를 한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는 이제 엄마 말고 서서히 다른 존재(친구 등)가 생기는 중이겠지만...
아이에게 받은 게 참 많다. 아이 덕분에 깨닫게 되는 것도 많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많다. 늘 가까이에 있어서, 매일 봐서 당연히 생각하고 깊이 생각 안 해봐서 그렇지. 가만히 앉아서 물끄러미,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다. 그중에 제일은 무엇보다도 내가 누군가에게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고맙다. 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