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싫어"로 "집안일이 싫은 이유"를 극복하다

엄마탄생(28)

by 청자몽

덕분에, 하기 싫은 일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그 행동을 왜 하기 싫어했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기 싫은 일을 조금 덜 싫어하면서 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엄마탄생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



아이의 '숙제하기 싫어'


부용. 학교 가는 길에 핀 꽃 ⓒ청자몽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아이에게 '숙제'가 생겼다. 하필 학교 입학하면서 학원도 다니기 시작해서, 학교 숙제와 학원 숙제. 2종 세트가 생겨버다. 그런데 이게 알고 보면 아이에게는 숙제를 해야 하는 숙제가, 그리고 엄마인 나에게는 숙제를 하도록 해야 하는 숙제가 생긴 거다. 산 너머 산이 꽤 크게 생긴 셈이다.


차라리 '심심해'만 외칠 때가 낫지. '숙제하기 싫어'는 타격감이 셌다. 도대체 숙제란 왜 있는 것인가? 숙제는 왜 해야 하는가?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숙제인가? 숙제에 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그 고민이 다행히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울지 않고 숙제를 할 수 있을까? 덜 고통스러워하면서 숙제를 할까? 자신을 위해 숙제를 할까? 등등에 대해 매일매일 고민을 한다. 나는 어떻게 했지? 생각해 보면 까마득하다. 게다가 늦게 아이를 낳은 '늦은 엄마'다.


매일 숙제 때문에 울고, 짜증 내는 소리를 듣고 또 들어야 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아직도 힘들지만 작년에 초등학교 1학년 때보다 2학년이 된 지금이 조금 더 나아졌다. 숙제를 비단 '학교 숙제' 또는 '학원 숙제'로 한정 짓지 말고, 좀 더 넓은 범주의 '숙제'로 확장시켜 보기로 했다.




나도 집안일하기 엄청 싫어


일단 아이에게 학교 숙제나 학원 숙제가 '숙제'라면, 엄마인 나에게 숙제는 '집안일(요리, 청소 포함해서)'이다.라고 써보면 답이 나온다. 집안일?! 아.. 집안일. 집안일은 일단 하기 싫다. 집안일은 왜 하기 싫을까?


집안일은 종류도 많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내가 해야 할 집안일이다. 결혼해서 처음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집안일이 이렇게 많고 다양하구나 하는 점이다. 그동안은 거의 아무것도 안 한 거나 마찬가지구나 하고 미안했다.


빨래하기, 빨래 널기, 빨래 개기, 설거지, 청소, 정리, 장보기, 요리, 쓰레기 모으기와 버리기는 기본이다. 떨어진 물건 사는 것 그러니까 물품 구매도 모두 집안이었다. 하다못해 화분 키울 때 물 주기나 바느질 같이 소소해 보이는 것도 작지만 모이면 큰 집안일이었다.


처음에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다 보니, 오히려 심한 건망증이 오기도 했다. 처리할 일이 몰리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일을 나눠서 하는 것도 쉽지 않음을 알았다. 그런 걸 반으로 칼 같이 나눌 수도 없고, 구분 못하는 자잘한 일들은 모두 내 일이 됐다.


역시 '시간이 약'이라고, 결혼한 지 20년이 넘어가니 집안일이라는 녀석에게 많이 적응이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일 하기 싫다. 문제는 하기 싫지만 매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매일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숙제. 하기 싫다.




자, 그럼 문제를 풀어보자.


하기 싫지만 맨날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나에게 먼저 답 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빨리 하라고 재촉하거나 강요하지 않기.


두 번째, 어떻게 하는지/ 되어가는지 확인하지 않기.


세 번째, 잘했다/ 잘못했다로 평가하지 말기.


네 번째, 한꺼번에 다 하지 않기. 어차피 못할 거는 깨끗이 포기하기. 나눠서 하기.


다섯 번째, 어차피 할 일(집안일은 평생)인데, 이왕 하는 거 덜 힘들어보기.


이렇게 5가지로 나눠서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를 적용해 보기로 했다. 뭘 하라고 말하지 않고, 채근하지 말고, 평가하는 말 하지 말자를 다짐했다.


그랬더니 아이와 전보다 덜 부딪히고, 숙제하는데 덜 힘들어한다. 그리고 스스로 속도 조절 같은 것도 가능해졌다. 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우리는 천천히 같으면서 다른 각자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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