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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란 후라이 주세요>, 완벽함에 관하여...

그래도 요리(9)

by 청자몽

마침 아이와 재밌게 읽은 동화책이 계란 후라이에 관한 책이라서 미소 지으며 글을 읽었다. 나한테 잘 맞는, 바로 그게 제일 완벽한 게 아닐까.


***('프라이'가 표준어이지만, 책 제목에 '후라이'로 되어있어서 후라이로 표기한다.)



계란후라이도 완벽하기가..
어렵다. 뭐든 완벽하기란 어려운 것.


《완벽한 계란 후라이 주세요》, 보람 글 그림, 2023, 길벗어린이

먀옹 요리사네 음식점에, 멍멍이 손님의 주문이 들어왔다. 하필 먀옹 요리사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완벽한 계란 후라이 주세요."


친구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완벽한 계란 후라이'가 도대체 뭘까? 어떤 친구는 비싼 게 제일 완벽한 거라고 했다./ 모양이 특이한 게 아닐까?/ 완벽한 닭이 낳은 달걀로 만든 게 아닐까?/ 만드는 시간이 중요한 거 아닐까?/ 아냐. 요리사가 완벽해져야 한다고.


친구들은 서로 각각의 완벽함을 추구하며 엄청나게 많은 양의 계란 후라이를 만든다. 대따 많이 구워버린다. 그리고 쿠궁! 드디어 먀옹 요리사님이 돌아오고...




완벽은 고사하고, 그냥 계란 후라이도 힘들다


결혼하기 전에는 쌀 한 번도 씻어보지 않았다.

자랑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엄마가 나중에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할 거니까 손도 대지 마라고 하셨다. 그런다고 진짜 손도 대지 않았다. 이런 나쁜.. 죄송합니다.


아무튼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채 결혼을 했다.

하필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과.. 히야. 진짜. 아이고.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신기한 건 요리 솜씨가 별로 늘지 않았다. 맨날 하는 것만 겨우 한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낫다.


처음에 망친 요리 중에 하나가 바로 '후라이'였다. 그래서 아직도 찡하게 기억한다. 계란 후라이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일단 모든 요리가 그렇듯, 후라이는 불 조절이 생명이었다. 센 불이 아니라 약한 불에서 조리해야 하는 걸, 처음에는 몰랐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먀옹 요리사는 역시 고수였다.

신선한 계란을 골라 톡 깨뜨리고, 소금을 솔솔 뿌리고 적당한 때에 휙 뒤집었다. 요리 끝. 멍멍 고객님은 만족해하며 완벽한 계란 후라이를 가지고 돌아갔다.


에? 별거 없는데? 별거 없는데, 그 별거 없어 보이는 게 대단한 거였다. 요리 잘하시는 분들께 물어보면 간단하게 말하신다. 어 그거 쉬워. 간장 넣고, 설탕 넣고, 그냥 후루룩 볶으면 돼.라고 한다. 막상 해보면 그게 안 된다.


오랜 시간에 쌓인 내공, 또는 천부적인 재능, 또는 남다른 손에 의해 완벽한 요리는 완성이 되는가 보다. 완벽한 건 고사하고, 그냥 먹을만한 요리도 하기 어려운 나로서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그냥 먹을만한 계란 후라이


오늘도 저녁에 뭘 해서 먹어야 하나.

고민이다. 완벽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아이가 잘 먹었으면 좋겠다. 먹다가 남아서 내일 낮에 데워먹을 정도만 아니면 성공이다.


그냥 먹을만한 밥을 하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했다고 봐야겠다. 처음에 '쿠*'가 해주는 밥도 망치고, 미역국에 미역들은 냄비를 탈출했으며, 계란은 다 타버렸던 20년 아니 21년 전의 나를 생각한다. 잘하고 있다.


완벽한 건, 그냥 나에게 잘 맞는 게 그게 완벽한 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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