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6살 새콤이

오렌지 1개의 오해 또는 선입견/ 이해

6살 새콤이(20)

by 청자몽

저는 선입견 때문에 곤두서 있었지만, 어르신은... 어쩌면 말을 붙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렌지 한 개를 건네면서...

6살 새콤이 스무 번째 이야기 :



6살 딸아이와 받은 오렌지 1개


히히! 저 오렌지 받았다구요. ⓒ청자몽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아이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하면서 안아줘를 연발합니다. 에구구..

"강아지야 강아지야. 너를 안아주면 엄마 무릎이 다 나간다."


하면서 아이를 안아 올렸습니다. 히히! 푹 안기며 아이는 반달눈이 됐습니다. 많이 날씬한 편이지만, 그래도 6살의 무게는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헉헉 거리며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부릅니다.



"애기야. 오렌지 한 개 가져가."


헉! 이런! 도를 아십니까인가?

아니면 왜? 뜬금없이 오렌지? 뭐지?

휴.. 또 나보고 할머니냐고 하려나? 어떻게 하지?


그동안 아이한테 말을 걸면서, 은근히 저보고(저 염색 안 한 새치 많은 엄마) 얘가 손자냐? 고 묻는 사람이 많았어요. 빠직한 일들이 쌓이고 싸여 다짜고짜 부르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선입견 때문이겠죠.



그냥 빠르게 가려다가, 아이 안고 걷기에 힘에 부치기도 하고 당황스러워 잠시 멈춰 섰습니다. 돌아보니 이마에 붕대 덧댄 반찬고를 붙인 할머니가 웃고 계셨습니다.



"내가 갈 길은 먼데, 짐이 무거워서 그러는데.. 내 짐 좀 덜어주라."

라면서 커다란 비닐봉지에서 부스럭부스럭 오렌지 한 개를 꺼내셨습니다. 앗! 이런 반전이. 어떻게 하지? 저는 더 당황했습니다.



"아이가 오렌지를 안 먹어요. 껍질이 두껍다고.."



얼버무리다가 할머니의 이마에 반찬고와 큰 봉지에 눈이 갑니다. 에라 모르겠다. 껍질 질기면 내가 먹지.



"고맙습니다. 아.. 그런데. 어떻게요. 짐이 무거우신 거 같은데. 죄송해요.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해야지."



이미 오렌지를 손에 쥐어버린 아이는 역시 반달눈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괜찮다 괜찮다며 가셨습니다. 고맙고 또 죄송하고 또 죄송했습니다. 앞뒤 전후 사정도 모르고, 선입견 때문에 부르르부터 한 게 부끄러웠습니다.



그러고 보면 다들 말을 건네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는데..


생각해 보니, 어르신들이 아이를 데리고 가는 저에게 말을 붙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혼자 가는데 뜬금없이 '할머니'냐고 하진 않았으니까요. 아무도...

그냥 말을 건네고 싶었는데 쓱 보니, 하필 이놈의 새치가 눈에 훅 들어온 거였나 봅니다.


말 안 건네면 되는데..

소통의 방법 차이? 를 이해하지 못한 저의 불찰일까요? 그동안 그분들 앞에서 '오지랖'이다 하면서 덮어놓고 화부터 냈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주고 가신 오렌지 한 개가 덩그러니 마음에 남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건네준 오렌지 한 개가 내 마음에 불쑥 들어왔다.



- 2022년 7월 1일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3wtXeGX?utm_source=user-share_Dotdl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6살 딸아이의 머리핀과 머리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