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갑니다(10)
이곳으로 이사 온 지 15개월이 넘어간다. 그 사이 유치원 다니던 딸은 초등학생이 됐다. 그래서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사하는 과정을 쓰면서 뭔가 내 생애 한 꼭지를 잘 마무리한 생각이 든다. 적응한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한다.
어느새 1년
정월대보름날에 눈과 비 예보가 있어, 달 보기 어려울려나 했는데.. 전날 그래도 달을 볼 수 있었다. 하얀 달은 꽤 밝고 선명했다. 이사 와서 처음 이쪽 공원 왔을 때도 저렇게 달이 크고 동그랬는데.. 달 보니까 그때 생각이 났다.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시간이 정말 훅훅훅 가버렸다. 2023년 10월 말에 이사를 왔는데, 금세 2024년이 됐더니. 금방 2025년이다. 그리고 벌써 음력으로 1월 15일이라니... 세상에!
곧 초등학교 2학년가 되는 딸아이와 달을 보며 '시간' 이야기를 했다. 유치원 졸업반이었던 아이는 그 사이에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무사히 마쳤다.
적응 1년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다. 별로 힘든 시간도 없이...빨리 정리해야 했고, 빨리 그다음 또 다음 단계의 적응을 해야 했다. 원래도 빨리 가던 시간은 로켓을 타고 순식간에 휙 지나가버렸다.
우선 예전보다 많이 걸어야 했다. 전에 살던 동네보다 상점이나 편의점 등이 엄청 멀리에 있었다. 툴툴거리며 필요한 곳을 찾아다녔다. 처음엔 엄청 불편하더니 금세 적응했다. 아쉬운 사람이 가는 거다.
많이 걸어 다니다 보니 잡생각이 덜어지고, 잠도 잘 잤다. 좋은 일이다. 그러고 보면 전에 살던 동네는 걸을 일이 별로 없어서 우울하고 잠도 못 자고 했는가 싶다. 인간은.. 인간은 역시 걸어야 한다. 걸으면 풀린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여유 시간이 줄어서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를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 보는 1년을 보냈다. 작년에 제일 열심히 한 일이 '집안일'이다. 열심히 해도 여유 시간이 늘어나지 않지만.. 그래도 적어도 집안일을 미워하지는 않게 되어 다행이다.
아무래도 걸어 다니면서 잡생각이 덜어진 게 한몫을 톡톡히 한 것 같다. 이사하는 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소중한 어떤 시절을 잘 떠나보냈다. 앞으로 잘 살아야지. 하루하루 차곡차곡 잘 살아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