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만 있어도 뿌리가 나고, 가지만 있어도 큰 화분이 된다.
결국 이 나무에도 올 것이 왔다.
거의 5년 가까이 키웠던 행운목이 죽어가는 게 보였다. 잎과 나무통이 맞닿아있는 부분이 노랗게 죽어가고 있었다.
결국 커터칼로 행운목에서 나뭇잎을 잘라냈다. 잎을 잘라낸 나무통을 화분에서 뽑아내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힘도 없고 무척 가벼웠다.
행운목에서 잘라낸 잎을 물에 꽂았다.
며칠 후 이렇게 길게 뿌리가 났다.
뿌리가 좀 더 자라면 흙에다 다시 심어줄 생각이다.
나무 몸통 없이 잎만으로도 잘 자라서, 행운목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행운목 나무 전체로 키워본 건 이게 처음이었는데, 결국 이것도 잎만 남게 됐다. 결국 행운목 잎만으로 된 화분이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이제 나무가 없으니 "행운"이라고 불러야 할까 보다.
이름을 모르겠는... 아무튼 큰 목베고니아 (@olive천사 님이 알려주심)화분에 꽃이 피었다.
신기하다. 어쩌면 따뜻한 실내라서 바깥이 추운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엄마네 집에서 손바닥만한 가지 2개를 꺾어와 물꽂이 한 건데, 뿌리내리고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 이렇게 꽃까지 피다니..!!!
가지만 있어도 화분이 되어 꽃을 피우고, 나무가 썩어 결국 잎만 남게 되더라도 뿌리내리고 잘 자라는 걸 보면 생명의 신비가 느껴진다. 다 끝난 거 같은데, 진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가 보다.
어떻게든 삶은 계속된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