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두-둥 '은 우연히 탄생하지 않았다

0.1초 만에 뇌를 해킹하는 '소닉 브랜딩(Sonic Branding)'

by JUNSE

Sound Essay No.59

넷플릭스의 '두둥(Ta-dum)'은 우연히 탄생하지 않았다

0.1초 만에 뇌를 해킹하는 '소닉 브랜딩(Sonic Branding)'의 성공 법칙

사진: Unsplash의Thibault Penin

전 세계인의 심장을 뛰게 하는 3초


어두운 방 안, 침대에 누워 TV를 켭니다. 붉은색 'N' 자가 화면에 나타나고, 곧이어 짧고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두둥 (Ta-dum)."


이 짧은 소리를 듣는 순간, 전 세계 2억 명의 구독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이제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기대감, 그리고 "하루의 피로를 풀 시간이다"라는 안도감.


넷플릭스의 이 상징적인 로고 사운드는 단순한 효과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뇌에 각인시키는 '소닉 브랜딩(Sonic Branding)'의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코카콜라의 병 따는 소리, 맥도날드의 "빠라빠빠빠", 인텔의 "딩~동댕동"처럼, 위대한 브랜드는 눈이 아닌 '귀'를 먼저 공략합니다.


이 글은 왜 현대의 브랜드들이 시각 로고(Visual Logo)보다 청각 로고(Sonic Logo)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지, 그리고 넷플릭스의 '두둥' 소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비밀을 파헤칩니다.



탄생 비화 : 염소 울음소리가 될 뻔했다?

출처 : ew.com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넷플릭스의 로고 사운드 후보 중 하나는 '염소 울음소리'였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의 제품 담당 부사장 토드 옐린(Todd Yellin)은 처음에 사자 짖는 소리로 유명한 MGM 영화사처럼 "기억에 남는 강렬한 소리"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후보들이 염소 소리나 바다 속 거품 소리 같은 기이한 것들이었죠. 하지만 그들은 곧 깨달았습니다. 넷플릭스는 영화관이 아니라 '가정'에서 소비되는 서비스라는 것을요. 너무 길거나 시끄러운 소리는 '빈지 워칭(Binge-watching, 몰아보기)'을 방해하는 소음이 될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원한 조건은 까다로웠습니다.

짧아야 한다 : 3~4초 이내.

영화적이어야 한다 : 극장의 웅장함을 담아야 한다.

궁금증을 유발해야 한다 : "뭐지?" 하고 돌아보게 만들어야 한다.


오스카 수상 경력의 사운드 디자이너 론 벤더(Lon Bender)는 이 추상적인 요구를 구체적인 소리로 구현했습니다. 그가 만든 '두둥' 소리는 사실 '결혼반지로 나무 수납장을 두 번 두드리는 소리''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를 거꾸로 재생(Reverse)한 소리'를 합성한 것입니다.


타격음 (The Knock) :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는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즉 "새로운 이야기가 도착했다"는 기대감을 본능적으로 자극합니다.

신시사이저 블라섬 (The Blossom) : 타격음 뒤에 몽환적으로 퍼지는 신시사이저 소리는 넷플릭스의 방대한 콘텐츠 우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이 치밀하게 설계된 소리는, 사용자가 리모컨을 누르는 그 짧은 순간에 뇌의 도파민 회로를 점화시키는 '방아쇠(Trigger)'가 되었습니다.



파블로프의 개 : 왜 소리가 시각보다 강력한가

출처 : www.strongfirst.com 'The Simple Way Pavlov’s Dogs Can Improve Your Performance'

브랜드 전략가들이 소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생물학적 원리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에서 청각 정보는 시각 정보보다 처리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시각은 대뇌피질을 거쳐 해석 과정을 겪어야 하지만, 청각은 뇌관(Brainstem)을 통해 곧바로 감정 중추인 편도체로 직행합니다.


즉, 소리는 '이성'보다 '본능'에 먼저 말을 겁니다.


인텔(Intel) : "딩~동댕동" 하는 5개의 음계만 들어도 우리는 '최첨단', '신뢰',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HBO : 치지직거리는 TV 노이즈(Static) 뒤에 이어지는 "아~" 하는 천사들의 합창 소리는, "이제부터 고품격 성인용 콘텐츠가 시작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일종의 의식(Ritual)입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고전적 조건 형성(파블로프의 개)'입니다. 넷플릭스를 볼 때마다 즐거웠던 기억이 '두둥' 소리와 결합되어 뇌에 저장됩니다. 나중에는 넷플릭스를 보지 않고 그 소리만 들어도, 우리 몸은 이미 즐거움을 느낄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것이 소닉 브랜딩이 가진 무서운 힘입니다.



파편화된 미디어 시대의 접착제


과거에는 TV나 PC 화면이 컸기 때문에 시각 로고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AI 스피커(알렉사, 시리) 등 화면이 작거나 아예 없는(Screen-less) 환경에서 브랜드를 만납니다.


이런 환경에서 시각 로고는 무력합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설거지를 하거나 운전을 할 때, 그 브랜드가 존재함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소리'뿐입니다. 넷플릭스의 '두둥', 카카오톡의 '카톡!', 애플페이의 결제 성공음 '띵'. 이 소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브랜드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소리가 없는 브랜드는 '벙어리'다

출처 : www.soundgurustudios.com 'Sound Branding Solutions For Your Business'

이제 "우리 브랜드의 로고는 어떤 색깔인가?"를 묻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마케터와 기획자는 물어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소리를 내는가?"


당신의 브랜드가 믿음직스럽다면 묵직한 첼로 소리가, 혁신적이라면 날카로운 신시사이저 소리가 어울릴 것입니다. 만약 당신의 브랜드에 고유한 소리가 없다면, 눈을 감은 고객에게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넷플릭스의 '두둥'은 증명했습니다. 잘 만든 3초의 소리가 수백억 원의 광고보다 더 강력하게 전 세계인의 무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어떤 목소리로 고객의 심장을 두드리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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