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왜 자기 소리에 귀가 멀지 않을까?

100dB의 굉음을 견디는 '내장형 귀마개'

by JUNSE

Sound Essay No.82

매미는 왜 자기 소리에 귀가 멀지 않을까?

100dB의 굉음을 견디는 '내장형 귀마개' : 7년을 기다린 2주의 절규를 위한 진화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싱그러우미' - '여름철 매미 울음소리 밤새도록 울어대는 매미 시쓰러운 매미소리'

1. 도심의 스피커, 여름의 불청객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도심은 매미들의 점령지가 됩니다. 특히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소음 측정기로 재보면 무려 70~90dB에 육박합니다. 이는 바로 옆에서 전기 드릴을 돌리거나, 지하철이 승강장에 들어올 때의 소음과 맞먹는 수치입니다.


인간도 이 소리를 계속 들으면 청력 손상이나 스트레스를 받는데, 정작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매미 자신은 괜찮을까요? 매미의 귀(청각 기관)는 소리를 내는 발음 기관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라면 매미는 첫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고막이 터져서 귀머거리가 되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매미는 멀쩡합니다. 여기에는 인간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보다 더 원초적이고 확실한 '자가 보호 시스템'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2. 깡통을 찌그러뜨리는 원리 : 진동막(Tymbal)

EB1911_cicada_tymbal_structure.png 출처 : 위키피디아 'Tymbal'

비밀을 풀기 전에, 먼저 매미가 어떻게 이토록 큰 소리를 내는지 알아야 합니다. 매미는 인간처럼 성대(목청)로 노래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배 속은 텅 비어 있는 공명통입니다.


매미의 배 안쪽에는 '진동막(Tymbal)'이라는 단단한 막과, 이를 잡아당기는 강력한 '발음근'이 있습니다. 빈 알루미늄 깡통을 손으로 누르면 "딸각!" 하고 소리가 나고, 손을 떼면 다시 "딸각!" 하고 원상 복구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매미는 이 근육을 1초에 무려 300~400번이나 빠르게 수축, 이완시키며 진동막을 찌그러뜨립니다.


"딸각딸각딸각..." 이 기계적인 파열음이 텅 빈 배(공명실) 속에서 증폭되어(Resonance), 몸집보다 수백 배 큰 굉음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입니다. 매미는 살아있는 '생체 확성기' 그 자체입니다.



3. 노래할 땐 귀를 닫는다 : 생물학적 '음소거' 버튼


이제 핵심 질문으로 돌아갑시다.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로부터 매미는 어떻게 자신의 청력을 보호할까요? 매미의 귀(고막)는 발음 기관 바로 아래쪽 배 부분에 위치해 있습니다.


매미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발음근에 힘을 주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발음근이 수축함과 동시에, 그 근육에 연결된 또 다른 힘줄이 자신의 고막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거나 접어버립니다.


평소: 고막이 느슨하게 풀려 있어 외부의 작은 소리(암컷의 날갯짓 소리, 포식자의 접근 소리)를 예민하게 감지합니다.


노래할 때: 근육이 고막을 팽팽하게 당겨서 진동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마치 우리가 시끄러운 소리를 지르기 전에 손가락으로 귀를 꽉 막는 것과 똑같습니다.


'내장형 귀마개(Internal Earplugs)' 덕분에, 매미는 자신의 고막 감도를 순간적으로 약 20dB 이상 떨어뜨립니다. 즉, 자기 목소리는 '음소거(Mute)' 상태로 만들어놓고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노래가 끝나고 근육이 이완되면, 고막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외부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0.01초 단위로 자동 제어됩니다.



4. 왜 그토록 시끄러워야만 했을까?

image_readtop_2015_743775_14386512052056153.jpg 출처 : 매일경제 www.mk.co.kr '올해 매미소리 더 시끄럽다면?'

매미가 이렇게 정교한 신체 개조까지 감행하며 굉음을 내는 이유는 단 하나,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매미의 유충(굼벵이)은 어둡고 차가운 땅속에서 나무 뿌리의 수액을 빨아먹으며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미국의 주기 매미)을 인내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땅 위로 올라와 성충이 되지만,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2주(14일) 남짓입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암컷을 만나 짝짓기를 하지 못하면, 7년의 기다림은 물거품이 되고 유전자는 사라집니다. 그래서 수컷 매미는 목숨을 걸고 소리를 지릅니다. "나 여기 있어! 내 유전자가 가장 튼튼해!"라고 말이죠. 그 소리가 클수록 암컷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지기에, 그들은 고막이 터질 위험을 감수하고(물론 막아놓았지만) 진동막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것입니다.



5. 소음이 아니라 7년의 절규다

273419_295811_030.jpg 출처 : 굿모닝충청 ‘맴맴맴’ 매미 소리가 끝나야 가을이 온다

한여름 밤,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잠을 설칠 때가 있습니다. 짜증이 나기도 하죠. 하지만 사운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그 소리를 다시 들어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것은 단순한 소음 공해가 아닙니다. 땅속에서 7년을 기다린 생명이, 생의 마지막 2주를 불태우며 부르는 가장 처절하고 뜨거운 '구애의 세레나데'입니다.


자신의 귀를 막아가면서까지 온몸을 악기로 만들어 울려 퍼뜨리는 그 절박한 에너지. 어쩌면 매미 소리가 그토록 시끄러운 이유는, 짹짹거리는 새소리 정도로는 담을 수 없는 그들의 긴 기다림과 한(恨)이 서려 있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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