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설계한 완벽한 스텔스 기술
Sound Essay No.83
밤에 산길을 걷다가 등골이 오싹해진 경험이 있나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휙 지나갈 때의 그 공포. 그 정체는 십중팔구 올빼미나 부엉이입니다.
대부분의 새는 날 때 시끄럽습니다. 비둘기가 날아오를 때 나는 "푸드덕!" 소리나, 매가 급강하할 때 공기를 가르는 "슉-" 소리는 꽤 큽니다. 하지만 올빼미는 다릅니다. 날개폭이 1m가 넘는 거대한 새가 바로 옆을 지나가도 데시벨 측정기의 바늘은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 올빼미만 유독 조용할까요? 먹잇감인 쥐나 두더지가 청력이 매우 예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날갯짓 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사냥감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즉, '내 소음을 없애야(Noise Cancelling) 남의 소리가 들린다'는 생존의 법칙입니다.
비행 소음의 주범은 '공기의 난류(Turbulence)'입니다. 비행기 날개나 새의 날개가 공기를 가르고 지나가면, 날개 뒤쪽에서 공기가 불규칙하게 섞이며 소용돌이가 생깁니다. 이 소용돌이가 서로 부딪치며 "슈우웅-" 하는 풍절음(Wind Noise)을 만듭니다. 매끈한 날개를 가진 비둘기나 독수리가 시끄러운 이유가 바로 이 커다란 소용돌이 때문입니다.
올빼미의 날개는 공기 역학적으로 완벽한 3중 소음 제거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 1단계 : 앞날개의 톱니(Serrations) 올빼미의 날개 앞부분(Leading edge)을 확대해 보면, 마치 머리 빗처럼 미세한 '톱니 모양'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이 톱니는 날개에 부딪히는 큰 공기 덩어리를 아주 잘게 쪼개버립니다. 큰 소용돌이가 생길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공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정리해 줍니다.
- 2단계 : 표면의 벨벳(Velvet) 깃털 표면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융(Velvet) 구조로 덮여 있습니다. 이것은 공기와의 마찰음을 흡수하는 '흡음재' 역할을 합니다. 비닐끼리 비비면 "바스락" 소리가 나지만, 솜끼리 비비면 소리가 안 나는 원리입니다.
- 3단계 : 뒷날개의 술(Fringe) 날개 뒷부분(Trailing edge)은 올 풀린 옷감처럼 너덜너덜한 '술(Fringe)'이 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날개를 통과한 공기가 뒤쪽에서 합쳐질 때 발생하는 난류를 부드럽게 흩어놓습니다.
결국 올빼미는 공기를 강제로 찢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빗질하듯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날아가는 것입니다.
인간의 공학자들은 이 자연의 스텔스 기술을 훔쳤습니다. 이를 '생체 모방 공학(Biomimicry)'이라고 합니다.
- 일본의 고속열차(신칸센) : 초기 신칸센은 터널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올빼미의 깃털 구조에서 힌트를 얻어, 전기를 공급받는 팬터그래프(Pantograph)의 지지대에 '톱니 모양의 요철(Vortex generator)'을 새겨 넣었습니다. 그 결과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 컴퓨터 쿨링 팬 & 에어컨 날개 : 요즘 나오는 저소음 컴퓨터 팬이나 에어컨 실외기 날개를 자세히 보세요. 날개 끝부분이 매끈하지 않고 올빼미 깃털처럼 지그재그 모양으로 깎여 있거나, 표면에 작은 돌기들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회전 속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풍절음만 줄이는 '올빼미 기술'이 적용된 것입니다.
소리는 에너지의 낭비입니다. 자동차든 선풍기든 소음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공기와 불필요하게 싸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올빼미는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진정한 고수는 요란하게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고.
공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유연하게 타는 것. 가장 조용한 비행이 가장 치명적인 사냥 기술이 되듯, 때로는 '침묵'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기술(Skill)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