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골골송(Purr)'을 부르는 의학적 이유

뼈를 고치고 상처를 낫게 하는 25Hz의 마법

by JUNSE

Sound Essay No.84

고양이가 '골골송(Purr)'을 부르는 의학적 이유

귀여움이 아니라 생존 기술이다 : 뼈를 고치고 상처를 낫게 하는 25Hz의 마법

adrien-lkgFIff-bAw-unsplash.jpg 사진 : Unsplash의 Adrien

1. 고양이 몸속에 숨겨진 디젤 엔진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고양이가 무릎 위에 올라와 식빵을 굽거나, 기분 좋게 쓰다듬어 줄 때 목에서 "그르릉... 그르릉..." 하는 진동 소리가 납니다. 한국 집사들은 이를 '골골송'이라고 부르고, 영어권에서는 '퍼링(Purring)'이라고 합니다.


이 소리는 참 신기합니다. 입을 벌리지 않아도 나고, 숨을 들이마실 때나 내뱉을 때나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마치 몸속에 작은 디젤 엔진이 돌아가는 것 같죠. 우리는 흔히 "고양이가 행복하니까 내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기이한 현상을 목격합니다. 고양이가 심하게 다쳤을 때나, 출산의 고통을 겪을 때, 심지어 죽어가는 순간에도 이 골골송을 부른다는 사실입니다.


고통스러운 순간에 왜 행복한 소리를 낼까요?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이 소리의 진짜 목적은 감정 표현이 아니라 '치료(Therapy)'에 있었습니다.



2. 뼈를 만드는 주파수 : 20~140Hz


생체 음향학(Bioacoustics) 연구진이 고양이의 골골송 주파수를 분석했더니, 아주 놀라운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고양이의 종류나 나이에 상관없이, 골골송은 정확히 20Hz에서 140Hz 사이의 저주파 대역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 주파수 대역은 의학적으로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20~50Hz: 뼈의 성장을 촉진하고 골밀도를 높이는 최적의 주파수입니다. 정형외과 물리치료실에서 사용하는 진동 치료기들이 바로 이 대역을 사용합니다.


100~140Hz: 인대와 힘줄의 상처를 회복시키고, 근육의 통증을 완화하며, 호흡 곤란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고양이는 기분이 좋을 때뿐만 아니라, 몸이 아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스스로 '자가 진동 치료'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뼈야 붙어라, 내 상처야 나아라" 하고 주문을 외우는 셈이죠.



3. 게으름뱅이의 생존 전략

khalid-abduljaleel-IlVlqbaErFc-unsplash.jpg 사진 : Unsplash의 Khalid Abduljaleel

왜 고양이는 이런 능력을 갖게 되었을까요?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보존' 때문입니다.


개나 늑대는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잠자거나 누워서 보냅니다.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위축되고 뼈가 약해져야 정상인데, 고양이는 자고 일어나자마자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폭발적인 힘을 씁니다.


움직이지 않고도 뼈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골골송'입니다. 자는 동안 몸에 미세한 진동(Vibration)을 계속 줌으로써, 마치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자극을 뼈세포(Osteoblast)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앉아서 하는 운동'이자 '음파 마사지'입니다.



4. NASA가 주목한 고양이의 기술


이 원리는 실제로 우주 과학에도 응용되었습니다. 우주 비행사들은 무중력 상태에 오래 있으면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NASA(미 항공우주국)의 연구진들은 고양이의 골골송 원리에 착안하여, 우주 비행사들이 발판 위에 서 있으면 미세한 진동을 주는 기계를 개발했습니다. 그 진동 주파수가 고양이의 골골송과 유사한 대역이었고, 실제로 뼈 손실을 막는 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5. 집사를 위한 힐링 사운드

onur-binay-E18nZ_OHh04-unsplash.jpg 사진 : Unsplash의 Onur Binay

고양이의 골골송은 고양이 자신뿐만 아니라, 그 소리를 듣고 만지는 인간(집사)에게도 강력한 치료 효과를 줍니다.


- 혈압 감소 및 스트레스 완화 : 골골송의 낮은 주파수와 일정한 리듬은 인간의 뇌파를 안정시키고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혈압을 낮춥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 반려인이 심장 마비에 걸릴 확률이 비반려인보다 40%나 낮다고 합니다.


- 상처 회복 : 실제로 프랑스의 물리치료사들은 고양이의 골골송 소리를 녹음하여 환자들에게 들려주는 '가르렁 요법(Purr Therapy)'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고양이가 당신 배 위로 올라와 "그르릉"거리며 꾹꾹이를 하고 있나요? 그것은 단순히 귀여움을 떠는 게 아닙니다. 당신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당신의 아픈 곳을 치료해 주려는 고양이의 '의료 서비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고양이가 골골송을 부를 땐 쫓아내지 마세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성능 좋은 '천연 생체 마사지기'가 당신을 위해 작동 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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