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달 시간차(TDOA)'와 초음속 충격파가 그리는 범죄지도
Sound Essay No.86
미국 시카고나 뉴욕의 우범 지대, 한밤중에 "탕! 탕!" 하는 총성이 울립니다. 목격자는 아무도 없고, 주변 사람들은 무서워서 숨기에 바빠 신고할 엄두도 못 냅니다. 그런데 불과 60초 뒤, 경찰차가 정확히 총이 발사된 골목 어귀로들이닥칩니다. 신고 전화 한 통 없었는데 말이죠.
경찰을 이끈 것은 목격자의 제보가 아니라, 전봇대와 가로등 위에 설치된 작은 센서들이었습니다. 바로 총성 감지 시스템, '샷스포터(ShotSpotter)'입니다. 이 시스템은 도시 곳곳에 설치된 고성능 마이크를 통해 총소리를 감지하고, 범인이 방아쇠를 당긴 위치를 오차 범위 3미터 이내로 즉시 계산해냅니다.
어떻게 소리만으로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핵심 원리는 '도달 시간차(TDOA: Time Difference of Arrival)'를 이용한 삼각 측량입니다.
총소리는 빛보다 훨씬 느린 음속(초속 약 340m)으로 퍼져나갑니다. 만약 도시의 서로 다른 위치에 3개 이상의 마이크(센서)가 설치되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범인이 A 지점에서 총을 쏘면, 가장 가까운 1번 마이크에 소리가 먼저 도착하고, 그다음 2번, 마지막으로 3번 마이크에 도착합니다.
1번 센서: 00초 01에 감지
2번 센서: 00초 03에 감지
3번 센서: 00초 05에 감지
이 미세한 '시간 차이'를 역추적하여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소리의 진원지(xy 좌표)를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습니다. 마치 GPS가 인공위성 3개의 신호 시간차를 이용해 내 위치를 찾는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하지만 도시는 시끄럽습니다. 자동차 배기음, 공사장 소음, 아이들이 터뜨리는 폭죽 소리 등 총소리와 비슷한 소음이 넘쳐납니다. 시스템이 오작동하여 경찰이 헛걸음하면 안 되겠죠. 그래서 샷스포터는 총소리만의 고유한 '음향 지문(Acoustic Fingerprint)'을 분석합니다.
진짜 총소리는 두 가지 소리가 합쳐져 있습니다.
1) 머즐 블래스트(Muzzle Blast) : 화약이 폭발하며 총구에서 급격히 팽창하는 가스가 만드는 둔탁한 "쾅(Bang)" 소리입니다. 모든 방향으로 둥글게 퍼져나갑니다.
2) 충격파(Shockwave) : 총알이 소리의 속도(음속)보다 빠르게 날아갈 때 공기를 찢으며 발생하는 날카로운 "지직(Crack)" 소리입니다. 이를 '소닉 붐(Sonic Boom)'이라고 합니다. 전투기가 지나갈 때 나는 굉음과 같습니다.
폭죽이나 자동차 소음은 '머즐 블래스트(쾅)'만 있고 '충격파(지직)'가 없습니다. 샷스포터의 알고리즘은 이 초음속 충격파(Supersonic crack)의 유무를 0.1초 만에 판별하여 "이것은 99.9% 실제 총격이다"라고 경찰에게 알립니다. 심지어 충격파의 각도를 분석하면 총알이 날아간 방향과 총의 종류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도심지 수사의 가장 큰 적은 '반사음(Echo)'입니다. 총소리가 빌딩 벽에 부딪혀 "탕... 탕... 탕..." 하고 메아리치면, 센서는 어떤 것이 진짜 첫 소리(Direct Sound)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시스템은 도시의 3D 지도를 통째로 학습합니다. "이 지역은 20층 건물이 많으니 소리가 0.5초 늦게 반사되어 돌아온다"는 음향 환경 데이터를 미리 입력해 두는 것입니다. 덕분에 시스템은 수많은 메아리(잔향) 속에서 진짜 범인의 위치를 귀신같이 발라냅니다.
샷스포터의 도입 이후,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총기 사건 신고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검거율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감시 사회(Surveillance Society)'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범죄를 잡기 위해 도시의 모든 소리를 24시간 도청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윤리적 질문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리는 이제 단순한 물리적 현상을 넘어 범죄 현장의 가장 강력한 '목격자'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아쇠를 당겨도, 도시의 귀는 그 찰나의 파동을 놓치지 않고 범인을 지목합니다. 소리는 빛보다 느리지만, 때로는 빛보다 더 많은 진실을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