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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스럭 Jul 10. 2022

힘든 꿈

꿈 연작

힘든 꿈을 꾸었다.

누군가를 체포하는 꿈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경찰과 가깝게 협조하며 중요한 잠복 작전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내가 체포하려는 인물은 내가 얼마 전 다른 꿈에서 체포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감옥 밖에 있지? 그새 형을 다 살고 나왔나? 그게 그만큼 오래 전의 일이었던가? 그런데 그를 체포한 꿈을 정말로 예전에 꾸었던 적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고 이 꿈속에서 꿈꾸고 있는 것인가?


나는 햄버거 가게 앞에서 잠복을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앞에 위치한 가게였다. 용의자는 뻔뻔하게도 직원들과 섞여 소고기 패티를 뒤집고 있었다. 남색 앞치마에 붙은 명찰에서 이름 세 글자를 빠르게 곁눈질로 넘겨다보았다. 글자는 뭉개져서 제대로 읽히지 않았으나 나는 그것이 범인의 이름 석 자와 일치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꿈속에서는 원래 설명 없이도 확신할 수 있는 정보들이 있는 법이니까. 패티를 굽는 철판의 온도 때문인지 그의 피부가 약간 땀으로 번들거렸다. 나는 권총을 꼭 쥐고 주문 카운터 아래에 쪼그려 앉아 내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체포해서 감옥에 넣으리라. 이 뻔뻔한 놈, 이번에야말로 감옥에서 평생 나올 수 없을 거라고. 그의 얼굴은 그 사이 조금 변한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의 얼굴도 변할 수가 있나? 정말로?


빵과 채소가 바닥을 구르고 총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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