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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an 21. 2022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

일상 그리고 고양이

출산하는 고양이와 한밤중에 몇 시간씩 마주하고 있던 그때, 나와 그애 사이에는 완벽한 커뮤니케이션 같은 것이 존재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서 어떤 중요한 일이 벌어지는 중이고, 그것을 우리가 공유한다는 명확한 인식이 있었다.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고양이니 인간이니 하는 구분을 넘어선 마음의 교류였다. 그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사뭇 기묘한 체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멋진 고양이가 대개 그렇듯이 뮤즈도 마지막까지 평소에는 우리에게 곁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한 가족으로 사이좋게 같이 살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막 같은 것이 한 겹 끼어 있었다. 기분 내키면 응석을 부리긴 해도 '나는 고양이, 당신들은 인간'이라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특히 이 고양이는 머리가 좋은 만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면이 컸다.

무라카미 하루키 <장수 고양이의 비밀>

키우는 고양이가 눈병이 나서 한 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다. 수의사 선생님이 별 문제 아니라고 안약을 처방해줘서 안약을 넣어주다가 한 참 라미의 호박색 눈동자를 바라보자니, 뭔가 안쓰럽다가도, 별일 아니라는 듯 훌훌 털고 캣타워 위로 올라가 그루밍을 하는 녀석을 보니 안심이 된다.


'나는 고양이, 당신들은 인간'

갑자기 하루키가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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