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칼을 보고 느낀 점
수박의 계절이다. 겨울의 딸기만큼
여름의 수박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수박을
깍두기 마냥 썰어주는
저런 물건이 집에 나타났다.
완전 문화컬쳐잖아! 이건 좀 아니지 않...
수박을 미리 잘라 놓는 것은
정확히 말해, 수박의 빨간 속살만 잘라서
따로 보관했다가 먹는 것은
수박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수박 칼은 수박에게 무례하다...
고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한참 고민을 했다.
수박은 초록색 껍데기 부분을 손에 들어
한 입씩 베어 물고 씨를 뱉어내야
수박이지 않는가
더위에 땀을 흠뻑 흘리고,
삼각형 모양의 수박 한 조각을 베어 물 때의
시원함, 그런 것이 수박 아닌가...
빨간 과육만 깍두기처럼 잘라서
락앤락에 저장해두면
꺼내 먹을 때 이게, 수박을 먹는 건지,
시원한 당분을 먹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느낌이다.
와인을 머그컵에 마시면
그건 와인보다는,
걍 취하기 위한 포도 발효액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는가?
수박에 대한 예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진지함)
결국 수박 칼 구매에 대해 정중하게 어필했다.
그러자 정중하지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앞으로 수박 자르고, 보관하는 건 온전히 내 담당이 될 것 같다...
근데 이건 정말 수박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요?(아니라면 죄송하고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