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는 행복

내향형 인간의 사람 공부 1. 첫 번째 남의 집

by 쏘스유

외향형과 내향형의 그 어디쯤. 성격유형검사 결과마다, 나는 항상 이 두 가지 유형을 시소처럼 오갔다. 올해 5월, 프리랜서가 된 이후 시소는 결국 내향형 쪽으로 기울었다. 6개월 동안 집에서 혼자 글만 쓰는 생활을 반복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억지로 외향형을 갖추려는 노력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이유야 어쨌든, 결국 타고난 내향형을 100% 회복한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동시에, 고독하고 외로웠다.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세상에 갓 태어난 프리랜서는 그대로 세상에서 잊힐까 봐 한편으로 무서웠다.


"엄마, 아빠. 저 잘하고 있어요.", "여보, 나 결과가 좋을 것 같아.", "우와, 승진 축하해! 응, 나도 좋아하는 일만 하니까 행복해." 부모님, 신랑, 친구들이 나를 걱정할까 봐, 아니 사실 그보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항상 자신감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기장은 불안과 우울로 축축하다. 6개월 차 프리랜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쭉 뻗은 선로를 갑자기 틀어서 마구 달리는 모습이 때로는 스스로 위태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다. 수입과 함께 잔고가 줄어드는 은행 계좌를 볼 때에도, 나는 그저 "하하" 웃어 보일 수밖에 없다.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린다. 산꼭대기에 도착한 바위는 이내 반대로 굴러 떨어진다. 요즘의 나는 시지프가 된 건 아닐까 생각한다. 블로그 포스팅, 여행 인플루언서 콘텐츠 제작, 인스타툰 제작, 리빙 인스타그램 운영, 소설 및 에세이 구상 등 내가 굴려 올리는 바위의 개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초보인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바위들을 동시에 올리니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나를 선택하고 싶지만, 어느 바위가 내 바위인지 알 길이 없다. 이럴 때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 내향형인 나에게는 그 일이 참 어렵다.


어렴풋이 머리로 이해하며 "그래도 난 프리랜서가 부러워."라고 애매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은 나를 더 지치게 한다. 진심으로 나를 공감해주는 사람이 그리웠다. 그리고 나 역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한껏 토닥여주고 싶었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다던데, 이제는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다.


인연은 언제나 우연의 옷을 입고 등장한다. 취향 커뮤니티인 <남의집> 서포터즈로 뽑힌 것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예전부터 남의집 모임에 호기심은 있었지만, 내향형인 나는 결국 고민 단계에서 끝났다. 하지만 이제는 서포터즈로서, 실행에 옮길 순간이 왔다. 홈페이지를 한참 둘러보던 중, 한 호스트의 자기소개에 시선이 꽂혔다. '남들보다 특출난 건 없지만 두루두루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다양한 걸 시도하고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며 도전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음, 이건 내 자기소개인데?


첫 번째 남의집 모임 장소


<N잡러의 삶으로 출발>
이제 나를 위해서 일하고 통제권 있는 삶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위해 살아보는 건 어떤가요?


드디어 찾아온 남의집 첫 번째 모임일. 프리랜서로 집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진 탓일까. 모임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치 면접을 보러 가는 사람처럼 후들거렸다. 초보 N잡러인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했다. 모임 장소는 낯선 지역의 오피스텔이었다. 남의집 모임이 아니었다면, 평생 올 일이 없을 장소였다. 글을 쓰고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영감이 생명이다. 그리고 그 영감은 주로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반짝인다. 이날이 그렇다.


호스트님이 차려주신 저녁 상차림


"아, 안녕하세요." 듣는 사람까지 어색해질 것 같은 인사를 건네며 자리에 앉았다. 이날은 호스트를 포함해 세 명의 인원이 모였다. 저렴한 모임 비용에 비해, 다양한 음식을 준비한 호스트. 나의 첫 느낌은 잘 맞는 편이고, 이날도 그랬다. 음식에서 느껴지는 넉넉한 인심답게 호스트는 말 그대로 '인간적'이었다. 2시간 내내 게스트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고, 다른 게스트 역시 나와 호스트를 존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이 둘의 인간적인 매력에 반했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나는 '어색함' 버튼을 종료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역 업무, 밀키트 사업, 쇼호스트, 쇼핑몰 운영 등을 N잡으로 병행하는 호스트의 경험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다른 게스트는 현직 한국 무용수이자, 주방 용품을 개발해 특허까지 받아 국내외에 판매하는 일을 병행하는 중이었다. 9년 동안 연구원과 대기업에서 회사원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런 직업들을 병행하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우와!" 감탄하며 자기소개를 들었는데, 다른 두 사람도 내 소개를 들으며 똑같은 감탄사를 보였다. 우리는 서로가 신기했다.


테트리스 게임을 할 때, 꼭 필요한 블록이 간절한 순간이 나타난다. '작대기 블록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될 텐데!' 모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바로 그 블록이었다. 서로가 구축한 업무의 방향은 다르지만, 고민을 테이블 위에 꺼내 올려두니 해결 방법이 보였다. 평소 내가 즐겨 보던 유튜브 채널이 호스트에게 새로운 사업의 힌트가 되었다. 리빙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눈여겨봤던 아이템이 다른 게스트에게 성장의 가능성이 되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어서, 마치 내 일처럼 진지하게 고민하고 머리를 짜내다니. 스스로 신기했다. 그런데 '마땅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성공과 행복이 그들의 머리 위에 아우라처럼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위험에 처한 아이를 보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뛰어들어 구하기 마련이다. 다른 의미로,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우라를 보자마자,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존재를 알려주고 싶었다.


신기함은 계속 이어졌다. N년차 프리랜서인 그들의 구체적인 고민과 달리, 내 고민은 모호하고 철학적이었다. 행복, 성취, 성장, 그리고 수익. 고민의 방향조차 중구난방이었다. 괜히 이야기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하고 나서 스스로 움찔했다. 이런 이야기는 축축한 일기장에 적을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차근차근 복잡한 생각의 길을 따라와 줬다. 더 나아가 내가 헤매는 길가의 잡초를 잘라주며, 더욱 선명하게 앞으로 걸어가면 좋을 길을 보여주었다. 나를 향하는 진지한 눈빛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늘 처음 본 사람들에게서.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꼭 또 봐요." 모임이 끝난 뒤, 함께 밖으로 나서며 우리가 나눈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마음에 없는 말은 절대 하지 못한다. 우리들은 성향이 비슷했다.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며 보인 여섯 개의 눈빛은 모두 뜨거웠다.


프리랜서 N잡러에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 내가 잘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때때로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과거의 축적된 경험에 비춰 나를 보는 탓에, 현재의 나에 대해 착각할 때가 있다. 오히려 처음 만난 사람이, 나를 객관적으로 잘 살펴볼 수 있다. 어떠한 관계로도 엮이지 않은, 낯선 사람의 객관적인 판단이 종종 중요한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느슨한 관계는 프리랜서의 외로움과 불안을 덜어준다. 무엇보다, 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는 프리랜서의 뜨거운 연료가 된다.




남의집 : https://bit.ly/3Vf9GH1

이 콘텐츠는 남의집 서포터즈 취향여행자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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