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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맘 Apr 23. 2021

셋째의 고민-욕심이 없는 나, 정상인가요?

저마다 다른 삶의 무게, 그리고 그 고충. 셋째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

삼남매 이야기 - 평범한 대한민국의 20대를 살아가는 셋째의 고민 이야기, 그리고 누나들의 조언.


승완 - 욕심이 없는 나, 정상인가요?

이번 설에 아빠 차를 타고 세종으로 오는 길에 아빠에게 물어봤어. “아빠는 내 나이 때 욕심이 많았어?” 그러니 아빠가 기아자동차에 입사했을 때부터 현재 지부장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셨어. 기아자동차 관리직으로 입사해 누구보다 일처리를 뛰어나게 하고, 당시 기아자동차 회장님을 우연한 계기로 직접 만나 브리핑도 직접 해보고, 당시 말단 직원으로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특진도 받고, AIG에서는 몇 년간 보험왕으로 뽑히기도 했던 역사 말이야. 평소에도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거나 밥을 먹을 때 가끔 짧게 말씀하시던 그 이야기였어. 그런데 그 이야기를 풀버전으로 듣고 있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나도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욕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아빠나 큰누나를 보면 항상 목표가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은 그만큼 욕심이 있다는 이야기잖아. 그런데 나는 그럴듯한 목표도, 이루고 싶은 업적도 없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멋진 스포츠카를 사고 싶지도 않아. 어떻게 보면 의욕이 없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나는 그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야. 그저 맛있는 음식 먹으며 운동하는게 좋고, 친구들과 떠들며 밥 먹는게 즐겁고, 인스타그램에서 고양이 사진 구경하는게 좋을 뿐이야. 이런 내가 문제가 있는걸까?


현재는 나도 편입이라는 목표가 있으니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정작 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나 원대한 소원이 없는 것 같아. 목표가 생긴다고 해도 그것을 얻기 위해 온갖 고생해가며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여유없이 살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난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못해도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반려동물 키우며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 싶은 소박한 꿈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평범하게 사는게 가장 힘들다고 사람들이 말하곤 하는 걸 보면 내 꿈이 오히려 더 큰 꿈일지도 모르지. 내가 제대로 된 사회생활도,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봐서 이렇게 말하는 걸까?


나는 요즘 이렇듯 일상생활에서의 고민보다는 내 삶에 물음표가 아직도 너무 많은 것 같아. 그 중에서도 주된 물음은 행복에 관한 물음인 것 같아.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 내가 누구를 만나야 행복할까? 


태이 - 큰 누나의 답변 및 조언: 


세상은 늘 사람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오력’하라고 말하지.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자기개발 서적이나 자서전 등을 보더라도 늘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이에 매진해 사회적 성공과 부를 이뤄낸 사람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매스컴에서 조명해주잖아? 하지만 그게 과연 모든 이들에게 적합한 것인지는 조금 고민해봐야 할 문제같아.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사회인 것이냐. 그리고 사실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가 아닐 수 있지 않느냐. 


요새 MZ세대들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는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엄마 아빠 때만하더라도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서 재산을 점차 불리고 자식들 키워가면서 중산층에서 한 계단씩 위로 진일보하는 재미가 있었던 반면, 우리 세대의 경우 계층 간의 사다리가 단절되기 시작하면서 한번 단칸방에서 시작하면 계속 단칸방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는 것 같아. 예전처럼 노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이로써 자산 증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자본이 자본을 버는 속도는 갈수록 더 빨라지고 우리처럼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시드머니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 사이클에 한 번 올라타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욜로’니 ‘탕진잼’이니 ‘한 번 사는 인생 뭐 있어’ 오늘은 즐기며 누리자라는 마인드가 점점 보편화 되는 것 같고. 어차피 티끌 모아 티끌이니 먼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을 희생하기 보다는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해주자는 거지. 미래의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크니까.


근데 나는 말이야, 너희가 잘 알듯이 인생을 빡세게 사는 편이었잖아. 늘 5년 후, 10년 후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방향성을 설정해서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었어. 이런 나도 늘 열정 덩어리였던 것만은 아니야. 너희도 기억하지? 내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꿈을 찾아보겠다고, 내 인생의 목표를 찾아보겠다고 남미랑 아프리카 여행을 나서고 중국 어학연수를 갔던 서른살 시절 말이야. 


누구보다 열심히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삶을 살았고 그 덕분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이른 시점에 내가 바라던 모습대로 살 수 있었어. 난 어렸을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면서 커리어우먼처럼 해외 출장을 밥 먹듯 다니고  돈도 잘 벌고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었거든.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그와 엇비슷한 모습으로 살던 어느 날, 막상 그 꿈을 이루고 나니 너무 허무하더라고. 내가 꾸던 모습은 겉으로 평가 가능한 외면적인 부분에 치우쳐있었고, 그렇게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니 결국 내 삶에 있어서 ‘나’라는 본질이 더 이상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래서 아무런 목표나, 방향성을 설정하지 않은 채로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준비하기 위해 뒷일은 신경쓰지 않고 사표를 던졌었지. 5년 전에 배낭여행했던 중남미를 새로운 루트로 홀로 다시 여행해보고,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아프리카를 승완이 너와 함께 쏘다니고, 늘 버킷리스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중국 어학연수도 뒤늦게 서른 넘어 떠나보고, 나만의 ‘갭이어’를 보냈지. 남들이 눈에는 또래들이 직장에서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열심히 조직 내에서 성장하고 있을 소중한 주니어 시간에 뒤늦은 사춘기 열병 겪어내듯 신선놀음 하듯 놀러다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겠지만 사실 그 시간 동안에도 난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


여행을 가서도 최대한 블로그를 쓰고, 책을 읽으며 필드를 떠나 머리가 우둔해지는 걸 막으려 노력했고,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뉴스를 모니터링하며 인터넷에서 접하기 힘든 살아있는 정보를 접하며 실제 각 나라들이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했고, 중국에 가서도 중국어만 공부하는 게 아닌 미국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여전히 하루 24시간을 조각내어 활용하는 편을 택했어. 이런 삶을 살았던 이유는 엄청난 성공이나 부를 꿈꿔서도 아니고, 유명해지고 싶어서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기 때문도 아니야. 다른 걸 떠나서 나는 열심히 살 때의 내 자신이 가장 멋지고 빛난다고 믿기 때문이야.


하지만 나에게 적용되는 공식이 꼭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사람마다 각자의 페이스가 있고 방식이 있고 본인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있잖아? MBTI만 보더라도 전 세계 인구가 16개의 유형으로 나뉘고 같은 유형 안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잖아. 자기개발서를 보면 아침형 인간이니, 공부가 가장 쉬웠다느니, 만 시간의 법칙이니 떠들어 대지만, 사실 그렇게 산다고 해서 다들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모든 사람이 성공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또 모두가 다 욕심을 부려야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아들 네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목표가 없는 지금 이 상황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 자체만으로 난 네가 멋진 20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해. ‘대입’이라는 공통된 목표 한 가지만을 바라보며 모든 청소년들을 몰아세우는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네가 고민하는 것처럼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 내가 누구를 만나야 행복할까?’에 대한 궁금증에 파고들고 진짜 삶의 본질에 대해 고뇌하는 힘을 길러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서른이 넘었지만 여전히 나에 대해 알아가고 있고, 또 내가 내리는 ‘행복감’의 정의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기 마련인 것 같아. 지금 내가 인생에 있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보잘 것 없는 가치 일 수도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꼭 원대한 꿈이나 목표가 있어야만 인생을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꼭 모두가 열심히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 가장 중요한 건 네가 말한 것처럼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며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본인이 어떤 모습을 할 때 가장 ‘나’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아닐까?  


태린 - 답변 및 조언: 오늘보다 더 발전된 내일을 사는 것, 그것이면 됐다.


너의 고민을 읽어보니, 나도 너무나도 똑같은 고민(?)을 했던 대학시절 생각이 나.


시간을 내서 과외도 하고, 인턴활동도 하고, 토익이다 토플이다 이것저것 공부해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언니를 보면서 항상 그런생각이 들었지. ‘왜 저렇게 열심히 살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나는 언니와 같은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목표가 딱히 없었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없었고, 같은 과 cc였던 전남자친구와 당시 지금처럼 큰 문제 없이 지내는게 행복하다고 생각했거든. 유일하게 ‘목표’라고 할 수 있던건 ‘평범하게 사는것’이였으니까, 굳이 언니처럼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못느꼈던 것 같아.


어쩌다 학교에 정부 지원사업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약 6개월동안 짧은 유학 및 해외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흔치 않은 기회가 생겼을 때 ‘무언가를 얻어야겠다’는 목표가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무엇을 얻고 올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무조건 참여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당시엔 정말 짧게밖에 생각을 못했던게, ‘해외 취업이 목표도 아닌데, 굳이 가야하나?’는 생각을 먼저 했었어. 참 바보같은 생각이였지.


밑져야 본전이다는 생각으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라는 언니의 말을 듣고 결국 참가신청서를 냈지만, 전 남자친구가 배웅해주던 인천공항에서 게이트를 통과하고 비행기에 올라타는 그 순간에도 ‘내가 이걸 굳이 참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끊이질 않았어.


Art Institute of Vancouver(AIV)에서의 첫 수업을 받은 날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복도 이곳 저곳에 전시되어 있는 졸업생 및 재학생들의 디자인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온 것같은 느낌에 너무나도 스스로가 부끄러웠어. 마치 초등학교 학예회만 보고 살아오다 프로의 전시회를 처음 본 느낌이였달까.


사람에 따라 스스로 발전시키는 방식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그 때 이후로 나는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과 나를 계속해서 비교해가며 자극을 받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열등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을 해. 


개인작품을 만들 때에도 처음 완성시키고 나면 ‘이야, 내가 만들었지만 참 괜찮다'싶기도 하다가, 온라인 상에서 각종 디자이너와 심지어 일반인이 만든 너무나도 멋있는 작품을 보고나면, 그 전까진 보이지 않았던 고쳐야할점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한동안 우울감에 찌들어 수정을 하곤해. 그런데 또, 막상 수정을 하고 나서 처음과 비교해보면 ‘내가 이걸 보고 만족을 했었다고?’할만큼 처음과 비교했을때보다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와, 항상 마지막엔 스스로 너무 안주해버린 내 자신을 속으로 채찍질을 하지.


개인작품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나 목표조차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를 비교해보면 1이 되었든 10이 되었든, 결국엔 이전의 나보다 더 나은 내 자신이 되어 있더라고. 운동을 좋아하는 너니까 잘 알겠지만, 보디빌딩이나 헬스 대회가 목표가 아니더라도 근육이라는 걸 만들기 위해선 어제는 10번을 했으면 오늘을 15번을 해야되는 거잖아?


인생을 다 살아보지 않아서 어쩌면 누군가에겐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게 그런게 아닌가 싶어. 어떤 확고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것도 인생을 ‘잘' 사는 것이겠지만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보내는 것, 혹은 잠에서 깼을 때보다 더 발전된 나로 잠에 드는 것도 또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


Success isn’t overnight. It’s when everyday you get a little better than the day before. 

It all adds up. 

[Dwayne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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