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프랑스 파견 근무지가 OOO로 정해졌다.
프랑스, 하면 다들 파리를 떠올리지만, 파리는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파리의 지린내는 피하고파 ~)
우리가 도착한 4월의 파리는 파리올림픽을 준비 중이라 엄~청나게 깨끗해진 상태였다(비교적).
하지만 몇 백 년 묵은 냄새를 없애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공항 호텔에서 한 신사가 호텔 직원에게 묻는다.
"파리 여행 조언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네, 말씀하세요."
"화장실 얘기가 많던데, 여행 중 깨끗한 화장실은 어디서 찾으면 될까요?"
"호호호. 이게 파리라는 걸 받아들이세요. 그게 파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랍니다."
저걸 답이라고.. 나도 모르게 직원을 째려보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도시의 번잡함을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파리는, 번잡하면서도 더럽고, 비싸면서도 불친절하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기엔 파리만 한 곳이 없다고 하지만, 매일 즐길 건 아니지 않나.
다른 프랑스 도시에도 예술 프로그램은 많다.
서울 살면서 국립중앙박물관과 예술의 전당에 몇 번이나 갔을까.
파리가 여행자에게 적합한 도시인 것은 맞지만, 주민으로 살기엔 지방이 나은 것 같다.
신기하게 지방으로 갈수록 깨끗하고 친절해진다?
파리지앵 = 파리에 사는 사람들
파리지앵은 프랑스 내에서도 경멸의 대상이 되곤 한다.
뭐가 그렇게 잘났나 싶다.
- 여행객들은 무시당할 수 있으니, 여행객처럼 보이지 않기 위한 할리우드 배우의 조언도 있다.
(반바지, 플립플랍 금지 등)
- 영어로 물어보면, 불어로 답한다? 이건 좀 과장된 것 같지만 괜히 나온 말은 아닐 듯.
뭐가 그렇게 바쁜가 싶다.
- 도로 위 경적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원형 교차로에서도 양보란 없다. 잽싸게 끼여 들거나, 영원히 그 자리에 서 있거나 둘 중 하나다.
- 레스토랑에서 음료가 한참 있다 나왔음에도 잘못 나왔다.. 사과도 없이 도로 갖고 간다. 되려 내가 뭘 잘못했나 싶다. 요즘엔 구글리뷰 시스템 덕분에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파리지앵의 콧대가 결코 낮아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그러거나 말거나다.
뭘 그렇게 훔쳐가나 싶다.
- 소매치기 방지 팁과 갖가지 도구들, 파리 소매치기범 참 교육 영상까지 자료가 넘쳐난다. 어디서든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온전한 파리 감상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 올림픽 기간, 사방에 깔린 경찰 때문에 굶주렸던 소매치기들의 복귀가 두렵다.
- 스터디 동료 구인 공고(장소: 카페)를 봤다. 목적이 '같이 으쌰으쌰 공부해요'가 아니다. '저 화장실 갈 때 (소매치기로부터) 짐 좀 지켜주세요...' 화장실에 노트북까지 들고 가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쓰읍..
후. 여기까지 쓰고 나니 숨이 잠깐 막혔다.
내가 글을 쓰는 이곳은 OOO = 툴루즈다. 파리와는 한참 떨어진 남쪽 도시다.
툴루쟁(툴루즈에 사는 사람들)은 친절하다.
비록 가게 직원이 영어를 못 하더라도,
전 직원이 동원되어, 자기가 조금씩 아는 영어로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한다.
(그렇게 해도 해결 안 되는 게 반전이지만, 노력이 가상하다. Merci !)
양보 운전도 많고, 양보받았을 때는 꼭 손 들어 고맙다고 인사한다.
백미러로 눈까지 마주치며 인사하는데, 저 아저씨 저러다 사고 날까 무서울 정도다.ㅎ
그 눈인사 덕분에 미소 짓게 되는 하루가 많다. :)
그렇게 나 프랑스에 살고 있구나, 느끼다가 국제학교에 아이들 입학을 시킨 뒤였다.
학교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
> 성함이?
> 쿠로미입니다.
> 몇 년생? (헙..다음 질문 넘어가는 게 너무 자연스럽쟈나 ~ )
아.. 나 벌써 한국으로 돌아온 건가.. 싶었지만,
그녀 뒤에 펼쳐진 숲과 자연, 하늘이 말해준다, 이곳이 아직은 프랑스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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