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즌4까지 방영된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이 시리즈는 프랑스에 득이었을까.
- 관광객은 원래도 많았지만,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생겼을 것 같다. 화면에 프랑스를 예쁘게 잘 담아서.
- 프랑스인에 대한 편견을 심었다고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다. 찔려서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시즌5는 로마 촬영이 될 것 같다는 전망에 정치인들의 설전이 있었던 걸 보면, 득이 많지 않았을까.
마크롱 대통령 : 에밀리는 파리로 돌아와야
로마 시장 : 당신은 에밀리의 마음을 통제할 수 없으니, 그녀가 선택하게 해야. (시리즈 정주행하셨나 봐ㅋ)
프랑스에 온 후, 이 시리즈를 보게 되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경험한 파리'와 'Emily의 파리', 뭐가 다를까?
1. Emily가 다니는 파리의 모든 거리는 깨끗하다. FALSE
우리 모두 안다. 파리의 더러움을.
이 부분은 프랑스인들도 감사해야 하지 않나? 실상보다 훨씬 깨끗하고 아름답게 담아줬으니.
벽에서 웬 물줄기가 흘러나오나 했었는데, 방금 지나간 개 또는 사람 오줌이다.
- 까치발로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다. 힐은 신지 말자.
- 라따뚜이 배경이 괜히 파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쥐보다 더 많이 만날 것이다.
2. Emily에게는 모든 게 쉽다. --- 주차, 택시 잡기, 식당 입장마저도.. FALSE
파리에서 가장 추천하는 교통편은 당연 지하철. 안 가는 곳이 없다.
지하철은 더러워서, 복잡해서 촬영이 어려웠을까. (최근에는 올림픽 때문에 굉장히 깨끗해졌다.)
- 유학생 팁으로, 지하철 탈 때 코 밑에 향수를 바르면 지린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에밀리는 지하철 대신, 항상 택시를 타거나 시내 주차를 하는데 실제로는 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웬만한 식당도 에밀리는 프리패스 입장이지만, 예약이 필수다.
구글맵 덕분에 예약이 쉬우니, 가고 싶은 식당이 있다면 미리 예약하자.
3. Emily의 집 = 하녀방 FALSE
하녀방이라고 소개되는 에밀리의 방은 혼자 사는 집 치고 매우 큰 편이다.
하녀방은 등을 펴기 어려울 정도의 꼭대기 방인데 에밀리는 집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따로 있다.
샤워실은 집 안에 있을지라도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파리 월세가 4평에 100만 원이라니,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에밀리 집 월세는 얼마이려나.
25,000유로(약 4백만 원)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도 파리다.
4. 에어컨이 없다. 엘리베이터도 없다. TRUE
'여름에 집에서 에어컨 없이 어떻게 견디냐'는 나의 질문에,
'바닥에 누워 있으면 시원해, 프랑스를 즐기렴'이라고 답하는 너, 나는 너와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오래된 건물이 많아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 듯하다. (건물만큼이나 프랑스인들은 변화를 반기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도 같은 맥락일까?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열심히 달리기를 하시는 걸까?
건강한 무릎으로 내 집에는 걸어 올라가야 할 거 아닌가. 아니면, 1층에 살던가.
5. Emily의 택배는 제시간에 도착한다. FALSE
프랑스는 문 앞 배송이 없다.
- 도난 방지 차원인데, 주인이 올 때까지 물건이 얌전히 그대로 있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택배 도착 시간을 미리 알 수 있을까? Nope.
- 8시 ~ 17시 사이에 온다는데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 택배 기사도 집 앞에 와서 전화한다. 도착했으니 나오라고. 놓치면 택배차 떠납니다 ~
모든 일정은 기사님맴.
Q. 냉장고처럼 큰 가전이나 가구 배송은 어떻게 해? 미리 시간 약속 못 하나?
A. 그런 날은 하루종일 집에서 대기하지 ~
그... 그.. 그렇구나..
이게 그나마 코로나로 택배가 많아지면서 발전한 거라고 하니, 그전엔 어떻게 살았니 ^^^^
6. 주말에 일하지 않고, 일찍 출근하지 않는다. TRUE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자기는 주말에도 일한다는 프랑스인의 유튜브를 보았다.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내 주변에서 이런 프랑스인을 안다는 사람은 없다.
업무용 휴대폰은 주말에 아예 꺼 둔다는데 어떻게 일을 시키리.
7. 화법의 차이 TRUE
외국계회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일해 보았다.
미국인과 프랑스인 중 같이 일하기 편한 쪽은?
Absolutely, 미국인이다.
- 직설적이지만, 명료하기 때문에 업무 진행에 막힘이 없다.
반면에, 프랑스는 사족이 너무 많고, 자기 얘기만 한다. 지속적인 follow-up이 필요하다.
- 일 얘기를 다른 주변 이야기에 섞어서 해야 그나마 진행이 된다는데, 단도직입적 화법을 구사하는 나로서는 참 어려운 일이다.
8.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왕'이 아니다. TRUE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요리사다.
고기 굽기나 소스의 양, 플레이팅까지 수많은 연구와 고민 끝에 탄생한 요리이기 때문에
손님은 이를 존중하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 먹기 전부터 소금, 후추를 뿌리는 건 음식과 요리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스테이크 굽기도 well done을 요청할 경우 이상하게 본다는데 이 또한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다.
(고기 자체의 식감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바싹 익히는 거라)
주문한 요리를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는 게 이곳에서 손님의 역할이다.
9. 사랑을 나누는 관람차 FALSE?
관람차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에밀리와 알피.
이걸 보고 난 뒤여서 그럴까. 내가 보는 관람차마다 뚜껑이 없다. 그런 이유인 거야? 말해바바 ~
10. 마지막으로, 가브리엘의 존재 TRUE & FALSE
제일 논란이 많았던 부분이 아닐까.
이웃으로 잘생긴 가브리엘 대신 배 나온 아저씨를 마주칠 확률이 높다는데,
우리 앞 집 청년도 잘생겼으니 이건 당신의 운에 맡기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