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와 사랑에 빠지기
바이크는 유기체, 즉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세심하게 배려하고 지속적으로 돌봐주어야 제 성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라이더들은 자신의 바이크에 애칭을 붙여주고 사랑으로 돌봐준다. 온몸을 이용해 조종해야 하는 바이크의 구조적인 특성상 라이더와 바이크 간의 무한 신뢰와 유기적인 관계 형성이 안전 라이딩의 첫 번째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이크와의 합일 능력이 곧, 라이더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합일 과정이란 마치 운전자의 뇌세포나 신경이 바이크와 연결된 듯이 운전자의 의지나 시선의 이동만으로도 바이크의 무조건 반사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적지 않은 정신적, 물리적 훈련과 연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궁극적인 합일의 최종 단계는 바이크가 마치 라이더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에 이르기 위해 어떤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는 바이크와 라이딩에 대한 공포 극복이다.
대부분의 입문자는 바이크 앞에 서면 공포감을 느낀다. 특히 고배기량의 바이크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바이크 컨트롤에 대한 부담감과 염려가 앞서고, 엔진이 품어내는 웅장한 배기음과 진동은 운전자를 압도하기 마련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뿌리 깊게 박힌 안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이크 운전자에게도 전도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이크는 자동차보다도 더 오래된 운송수단으로 1885년 11월 독일의 고트리프 다임러(Gottlieb Daimler, 1834~1900)가 개발한 라이트 바겐(Reitwagen)이 효시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칼 벤츠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는 1886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1888년에야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처럼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바이크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진보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기에 믿고 내 몸을 실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바이크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고 안전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공포는 쉽게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본 전제는 안전한 곳에서의 충분한 연습과 위급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갖추고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이다.
공부나 업무도 마찬가지지만 스포츠를 비롯해, 예술과 기술 등 모든 인간의 활동은 기초가 튼튼하고 기본기를 잘 갖추어야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기초적인 준칙을 지키고 기본적인 실력을 잘 갖춰 자신감을 얻게 되면 비로소 바이크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질주의 쾌감으로 변모하여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바이크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다.
바이크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앞서 이야기한 공포의 극복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바이크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바이크와의 친해지기를 통해 신뢰와 애정을 쌓아야 한다. 이 과정은 바이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기도 한데 마치 남녀가 사랑에 빠진 후 상대방을 세심하게 알아가고 서로를 편하게 대하게 되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내 바이크의 특징과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격려해 주고 토닥여주면 바이크는 한계를 초월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려 없이 마구 대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이네 바이크는 토라져, 시동을 멈추거나 나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중앙선을 넘어가곤 한다.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나의 바이크를 받아들이고 아픈 곳은 없는지, 챙겨줄 것(정기점검이나 소모품 교환)은 없는지 주기적으로 살펴주어야 한다. 이렇게 바이크와의 신뢰와 애정 관계가 온전히 형성되면 아무리 깊은 코너에서도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차체를 눕혀 쉽게 빠져나갈 수 있으며,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때부터는 바이크는 라이더가 생각하고 시선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그 방향으로 부드럽게 움직여 줄 것이다.
셋째는 바이크의 정상적인 기능 발휘와 안전 확보를 위한 상시 점검이다.
우리는 바이크에 애칭을 붙여주는 등 애인이나 친구처럼 대하지만 바이크는 엄연히 기계이다. 전기 오토바이가 나오기도 하지만 현존하는 대부분의 바이크는 내연기관으로 수많은 기계적 부속품과 전기장치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이크는 자동차에 비해 작은 엔진으로 더 큰 출력을 발휘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기에 정기적인 점검이 필수이다. 제아무리 비싼 바이크라도 운행 없이 오랜 시간 주차장에 방치된다거나 엔진오일, 냉각수 등 운행에 필수적인 소모품을 교체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시속 100km를 넘게 달리던 당신의 애마는 화염에 휩싸인 채 장렬히 전사할 수 있으며, 당신의 생명 또한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바이크의 상시 점검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운행하기 전 브레이크액과 냉각수의 게이지를 통해 적정량이 채워져 있는지와 변색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 및 타이어의 공기압과 마모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가끔은 엔진오일의 양과 색을 점검하고 체인이나 벨트의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것도 좋다. 기본적으로 이 정도만 해줘도 바이크는 당신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크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해지면 손수 씻겨주고 밥은 먹여주며,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거나 간단한 치료를 해주고 장식품을 달아 치장해 주기도 한다.
만약 이런 것이 귀찮고 번거롭다면 바이크 구입 때 제공되는 사용설명서에 따라 정기적으로 전문가의 점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귀찮다면 당신은 바이크의 오너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당신 자신과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선량한 시민의 안전을 위해 라이딩을 멈추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