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퐝지 Mar 15. 2020

나 그리고 당신이 맞이할 죽음
<죽음 에티켓>

사람의 죽음에 얽힌 보다 현실적인 단계들

작년에 가까운 사람의 임종을 맞이하고, 죽음의 단계를 지켜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 호흡을 뱉을 때 내게 차오른 감정, 의사의 사망 선고, 그 뒤에 터져 나온 가족들의 울음소리들. 


그러나 이러한 죽음의 슬프고 애잔한 모습 뒤에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함께 뒤엉켜 있었다. 

장례식장 위치가 어디라고 하셨죠?

회사에는 어떻게 연락하지. 조부모의 경우에는 3일인가요? 

부고 소식은 누구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는 걸까. 


나는 손주였지만 그래서 병문안과 임종을 지킬 때부터 함께 했지만, 어른들은 미리 장례식장을 알아봐야 했고, 미리 절차를 준비했다. 죽음의 절차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지만, 너무나 모든 게 어렵고 복잡해 보였다. 슬픔이 가득한 상태에서 이런 모든 일들을 처리해야 하다니.


<죽음 에티켓>은 현실적이고 날것의 죽음의 단계에 대해 다룬다.

죽음을 맞이했을 때 사람의 몸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심장이 멈춘 다음엔 바로 뇌세포들이 죽기 시작한다. 혈관들은 힘을 잃고 중력을 따라 고인의 눕혀진 몸 아래로 늘어진다. 첫 번째로 '시반'이 나타난다. 피가 몸의 아래에 고여 붉은 점처럼 보이는 것이다. 

근육 세포들은 몇 시간 정도 남아 몸을 이완하도록 작용하지만 에너지가 떨어지게 되면 그마저도 멈추어버린다. 두 번째로 '사후 경직'이 시작된 것이다. 몸이 경직되기 시작하며 수분이 날아가 손톱과 수염이 도드라져 보인다. 이 때문에 죽은 사람한테 손톱이 자란다는 속설이 생긴 것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입 안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도움을 줬던 박테리아가 이제는 몸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육체의 죽음, 그리고 법적인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검시관의 방문부터 서류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설명된다. 시신을 흙과 불 중 어떤 방식으로 편안한 곳으로 보낼 지에 대해서도. 그 방법을 결정하기 전에 시신보관소에 시간당 얼마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금액까지 나와있다. 무덤에 안치하기 전 보관하는 비용이 시간당 더 비싸다고..


화장을 하면 몸은 이렇게 무너져버린다고 한다.

몸의 지방은 액 체화되어 기름이 되고, 조직을 끓여 버립니다. 육체를 다 태웁니다. 뼈들은 시커멓게 그을립니다. 육체의 윤곽이 무너져 버립니다. 형태가 해체됩니다. 재와 잔해만이 다음 완전연소실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다시 추가 연소실로 갑니다. 그 후에는 화장의 연기 가스마저 연소가 됩니다.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 모았던 모든 독성 물질이 화장을 통해 방출됩니다. 다이옥신, 퓨란, 흡연자의 경우에는 ‘더더욱’이라고 K가 말합니다.

배출 가스는 육체가 5개 기둥의 굴뚝 밖으로 연기가 되어 날아가기 전에 사이클론 분리장치와 섬유 필터를 통해 정화됩니다. 거의 두 시간 만에 화부가 재가 담긴 서랍을 열어 시신과 관에서 타고 남은 잔해들을 삽으로 꺼냅니다.


지극히도 현실적인 내용이라 읽으며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죽음이 누구나 맞이할 과정이라는 걸 알기에 알아두어야 할 내용인 것 같다. 특히나 누군가의 죽음을 내가 책임져야 할 수도 있고, 나의 죽음이 다가오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나의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혼란스러워할 사람들을 위해 미리 정리해보고 싶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삶에 대해 겸허한 시각을 가지게 된다.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건 역설적으로 삶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깨우쳐주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걷는 사람, 하정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