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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May 10. 2020

디커플링

고객 가치사슬을 끊거나 보수하자

저자는 기존 기업이 무너지고 파괴적인 신생 기업들이 나타나 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을 '디커플링'이라는 단어를 통해 표현한다.

디커플링

전통적으로 기존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인접 소비 활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분리하는 것, 또는 깨뜨리는 것

고객들이 기존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위 중 마지못해 이용했던 그 틈새를 찾아내 고객들을 유도하고 끝내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택시를 이용할 때, 하염없이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아야 했던 것, 제한된 택시 공급이라는 불편한 '틈새'를 우버가 찾아내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의 개수를 늘리고, 자동 배차와 결제를 통해 고객들을 유도해낸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디커플링에 대한 사례와 더불어 기존 기업 관점에서 디커플링에 방어하는 방법, 디커플러가 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기술했다.



권력의 중심은 고객

디커플링이라는 현상이 발생한 것은 바로 '고객' 때문이다. 권력의 중심이 고객에게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기능을 묶어서 제공해주는 기존 서비스가 있을지언정 일부라도 빠르고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병행해 사용하거나 옮겨가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고객의 충성심은 서비스가 얼마나 고객 지향적인지에 달려있을 뿐, 이제는 순애보 같은 충성심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필자는 평소에 에버노트에 대부분의 글들을 넣어두지만, Bear라는 에디터는 태그별로 글을 분류하는 것과 마크다운으로 작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함께 쓰고, Notion은 데이터를 테이블/캘린더/태스크 보드 등으로 볼 수 있어서 사용한다. 간단한 메모는 아이폰의 메모를 쓴다. 노트라는 하나의 목적에 대해서도 수많은 서비스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10대는 그저 메신저일지라도 4-5개 종류를 동시에 사용한다고 말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에 비해 지금 훨씬 많고 다양한 앱들을 사용한다고 한다.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고객에게 권력이 주어졌고, 여러 개를 같이 사용하거나 기존 사용하던 서비스를 버리고 옮겨가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 그만큼 파고들 수 있는 틈새가 많아진 것이다.


권력의 중심이 고객이라는 말은 여러 비즈니스 서적에서 접했는데, 츠타야 서점의 창업자가 쓴 <지적 자본론>에서도 이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던 시대, 기업이 권력을 가졌던 시기는 지나갔다. 공급이 넘쳐나는 시대, 더불어 플랫폼도 넘쳐나는 시대에서 고객은 극강의 권력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1대 1로 고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제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국에도(온라인 상거래와 AWS 덕택도 있지만) 주가가 상승하는 아마존을 보고도 '고객 지향'이 얼마나 중요한 지 되새겨볼 수 있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IT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스낵 자판기라던가 무료 급식 같은 건 없고 책상도 창업주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문짝으로 책상을 만들어 썼던 감성을 살려 문짝 책상을 쓴다. 


창업주 제프 베조스는 고객 문의 글을 보고 때때로 '빨리 수정하라'는 메일을 담당자에게 날린다고 한다. 그 메일을 받으면 몇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진땀을 빼면서 일한다. 고객 관점에서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6 pager 템플릿 등 아마존의 철학과 문화는 고객 중심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저자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유를 기술 혁신이 아니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세상에 없던 기술을 만들어내 시장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기존 기업이 놓쳤던 틈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은 직감적으로 고객 가치사슬을 끊어낸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파악하고 고객지향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저자는 디커플링 하는 방법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디커플링으로부터 자신의 사업을 어떻게 지켜내는 것인가’에 대해서 다룬다. 저자가 큰 기업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서이겠지만 책 전반에서 ‘당신의 서비스에서 빈 곳을 누군가 훔쳐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점이 새로우면서도 섭섭했다.


이미 자신의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골리앗들은 다윈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미 가진 자본을 통한 기회비용과 자만으로 인해 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할지 몰라도 그보다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다윈들이 훨씬 고독하고 치열한 싸움을 한다.



성공사례의 공통점을 '디커플링'으로 설명한 점은 인상 깊지만, 많고 다양한 사례들을 포함시키다 보니 디커플링이라는 현상으로 다 묶기엔 갸우뚱한 경우도 있었다. 


저자가 ‘디커플링이라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고 짧게 언급했으나, 실패 사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면 좋았을 것 같다. 디커플링 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기업들은 어떠한 요소가 부족했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한 사례를 보고 싶다. 실패하는 사례가 현실에 압도적으로 많지만 대부분의 책에는 성공하는 사례만 주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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