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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May 03. 2020

신인들의 베스트셀러

<일의 기쁨과 슬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요즘 베스트셀러 서가에서 눈에 띄는 책이자 젊은 여성 작가들이 쓴 소설집 두 권을 읽어봤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에서 타이틀이 된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 소설이라 반가웠다. 2년 전 친구가 "이번에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소설이 있는데, 당근마켓 기획자가 쓴 것 같아. 스크럼 이야기도 있고 완전 리얼해"라며 링크 하나를 건넸다.


기사엔 당선자의 짤막한 인터뷰와 함께 당선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어서 읽어볼 수 있었다.

소설 속에는 점심시간에 산책할 때 자주 만났던 육교를 비롯해 판교에 대한 묘사들, 무엇보다 IT 회사에 대한 실감 나는 표현들이 재밌었다.


작가가 어느 스타트업을 모델로 소설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때 당선작으로 만났던 작가가 여러 단편들을 엮어 소설집을 냈고, 그것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이 반갑고 기뻤다.

특히 IT 종사자가 아닌 지인이 이 책을 추천하며 빌려줬기에 놀라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일의 기쁨과 슬픔> 뿐 아니라 여러 단편에 걸쳐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뉘앙스가 풍겼다. 더불어 여자이기에 삶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상황들이 드러나 있어 공감하며 읽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베스트셀러 공간에서 여러 번 마주쳤던 책이다. 제목만 보고는 '로맨스 소설인가' 싶어 멀리서만 지켜봤었다. 위 책을 빌려줬던 지인이 이 책도 정말 재밌다며 추천해줘서 읽게 되었다. 빌려줄 때 '독특하다'는 표현을 했는데, 읽어 보니 SF 소설이라서 그런 표현을 했던 것 같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김초엽 작가의 SF 소설 단편들이 담겨있다. 타이틀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보다 <순례자들은 어디로 가는가>가 내 마음속에 더욱 인상 깊게 남았다.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 같은 곳이 있다고 해도, 만약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고작 한 하나일지라도 그가 고통받는 세상 속에 있다면 우리는 내버려 두고 홀로 행복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진정 행복이라는 것은 소중한 하나를 위해 고통과 슬픔을 견디며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애착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다른 단편들도 흥미로웠다. 읽으며 테드 창의 <숨>에 담긴 단편들이 떠올랐다.


김초엽 작가가 장편을 쓴다면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같은 걸작이 생겨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특히나 김초엽 작가의 소설들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이 대체로 여자라는 점이었다. SF 소설이기에 미래에 대한 상상을 담지만, 현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상 특히나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점도 좋았다. 냉동인간 기술 개발에 성공한 여성 과학자, 몸은 사이보그로 개조한 여성 우주비행사 등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남성이 화자인 것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만큼이나 여성이 화자인 소설들도 익숙할 만큼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소설이 더욱 반가운 이유

두 신인의 선전이 유달리 기쁜 것은 그들이 젊은 작가이며 여성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고등학생 필수 독서 100선' 등에 실려있는 고전 소설들에는 여성을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비유하거나 그저 도구로 묘사된다. 사람은 당대의 사상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음을 알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많은 작가들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많이 다뤄준다면 지금과 미래의 독자들은 '세상은 변화하고 있구나'라고 느끼며 더 좋은 기분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내가 두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우리 세상은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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