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독후감을 쓰려고 했으나 에세이가 되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그 움직임이 둔탁해졌다.
<글쓰기 특강>을 읽기 전에는 글을 우선 써보고, 일단 올려보고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글을 올리기 시작하고, 글을 잘 쓰기 위해 잘 쓴 글들을 읽으니 자신감은 하락, 마음은 무거워졌다.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을 다른 이들의 기억에 남기고 싶다. 내 글에서 오랫동안 기분 좋은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이 달의 목표를 '글을 잘 쓰자'로 정하고, 이 주제에 관해 가장 유명한 책인 <글쓰기 특강>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글을 잘 쓰는 스킬에 대해 배웠다기 보단, 나의 글쓰기 역사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중1 때 담임선생님께서 국어 선생님이셨는데, 나를 똑똑하게 봐주셔서 방학 중에 고학년들과 함께하는 독서토론 수업을 듣게 해 주셨다. 가끔 그때 토론으로 발렸을 때가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덕분에 나의 주장을 어떤 식으로 말하고, 근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토론에서 말로 맞으면서 배웠다.
동사무소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수업을 듣기도 했다. 글의 구성, 글감을 준비하는 법, 글을 요약하는 연습을 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글 요약하기 대회를 연 적이 있었다. 동기부여를 위해 문화상품권 5천 원 권을 상품으로 거셨다. 그때, 거기서 제일 잘해서 그 문화상품권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글을 쓰면 좋은 일이 생긴다(?)라는 무의식이 자리 잡았던 것 같다. 어릴 적에는 글쓰기를 그렇게 받아들였다. 되게 잘하고 싶은 건 아닌데, 잘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 능력.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보내주신 수업이라 열심히 했었다.
학창 시절에 독서광은 아니었다. 나름의 독서 편식도 있었다. <노빈손의 무인도 완전정복>가 너무 재미있어서 도서관에서 그 시리즈 전부를 빌려서 미친 듯이 읽었었다. 초중생이 주 타겟층이었지만, 나는 고등학생 때 걸려들었다. 그 이후론 줄곧 과학에 관련된 교양도서만 찾아 읽었다. 부모님의 방침은 책은 빌려서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자주 가게 되었고, 때때로 소설을 읽기도 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학보사 기자에 지원해 3년 간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전자과인 내가 학보사 기자에 지원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분명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서 간결한 문장을 통해 명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법을 배웠고, 끊임없는 퇴고를 통해 글쓰기 능력을 향상했다.
지금 개발자로 살아가며 영어라기보단 알파벳을 통해 동작하는 코드를 써 내려가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대학 졸업 이후 얼마 전까지는 의도치 않게 글쓰기 공부를 했던 모든 과정을 잊고 개발 능력을 배양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 글을 잘 쓰고 싶다. 이제는 동사무소를 찾아가 글쓰기 수업을 들을 수도, 직장생활과 병행해 기자생활을 하며 계속해서 글을 쓸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안에서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향기가 나는 그런 글을 쓸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노빈손의 무인도 완전정복>은 인생 책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