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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Mar 02. 2019

당연한 힐링이 절박한 시대

<리틀 포레스트> 속 힐링이 동경받는 이유


주인공 이치코는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도시에서 아침과 저녁까지 일을 하고, 점심엔 도시락으로 가볍게 때운다. 식사를 한다는 것, 특히 점심 식사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끼니를 때우는 일이 되었다. 도시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는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다만, 이치코는 자신의 고향인 도호쿠로 돌아간다. 다시 도시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기 전까지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마을 사람들의 일을 도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루 세 끼를 온전히 그녀의 레시피로, 어릴 적 엄마로부터 배웠던 방식을 떠올리며 채워간다. 

그렇게 여름 - 가을, 겨울 - 봄이 지나간다.


그녀의 작은 밭 속 작물들이 움트고 자라나는 것처럼 그녀도 조금씩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리틀 포레스트는 원작은 일본 영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고 개봉 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엄마와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를 보러 갔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엄마가 했던 말씀이 떠오른다.

농사짓고 요리해먹고, 나는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맞다, 엄마 세대에게는 그럴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라면 당연했을 먹고사니즘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대부분이 아이들이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고, 귀경이라는 말만큼이나 역귀성이 익숙한 시대이다.

배달 앱으로 저녁 식사를 시켜먹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 우리는 편리한 식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예전의 불편하지만 정성스러운 식사를 부러워한다.

이는 그저 한 끼 식사라기보다는, 나를 위한 불편하지만 수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하나의 표현일지 모른다. 

도시 속 우리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나만의 작은 포레스트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나 자신을 마주할 온전한 시간이 필요하다.

365일 동안의 긴 시간이 아니라도 일주일 중 이틀, 하루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리고, 밥알을 꼭꼭 씹어 넘기며 따뜻하게 나를 돌아봐줄 시간이 필요하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고 다양한 자극을 얻게 되었지만 그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오히려 단순한 것을 느끼기 힘들게 되었다.


어쩌면 리틀 포레스트가 젊은이들의 많은 공감과 동경을 얻어낸 것은 

묵묵하게 자신의 하루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시간이 부러워여서일지 모른다.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운 시대에

우리에게는 힐링의 시간이 절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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