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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Mar 14. 2019

분노에 대하여

분노를 느끼는 것과 표출 간의 거리감

일상 속 예기치 못하게 마주한 분노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리려는데 짐을 매우 많이 든 분이 앞을 막아서지 말라고 해서 옆으로 비껴 났다. 그러나 그가 빈 공간으로 가지 않기에, 그 공간에 섰는데 그분이 덜컥 화를 냈다.


“저기요. 짐이 많은데 막아서면 어떡해요. 나오세요.”

나는 뒤로 물러서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답하듯 

“저도 내릴 건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시끄러!”였다.


어차피 같이 내릴 것이기에 조금 앞에 있나 뒤에 있나 차이가 없겠다 싶어 했던 행동이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의 말소리에 쳐다볼 만큼, 그의 분노를 받아내야 할 만큼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놀랍지 않게도 에스컬레이터에서 그는 그를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짐이 많이 무거운 모양이었다.


그의 하루가 고되었고 짐이 무거웠다고, 오늘은 화이트데이라고 주문을 외자 잊을 수 있는 일이 되었다. 다만 이를 겪으며, 그가 분노를 가감 없이 표출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어눌한 말투, 아니. 그보다 존재에서 느껴지는 공격적인 분위기는 그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움이 쉽게 이해심으로 변모했다.

누구나 분노를 가지고 느끼지만, 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분노조절장애'를 가졌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그는 증폭된 분노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마음대로 상황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 통제 범위를 벗어날 때 분노는 극대화된다. 선천적으로 이런 문제를 가진 이들도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들과 달리 분노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나부터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에는 화가 난다. 표현하지 않고 꾹꾹 눌러낼 뿐이다.

다만, 우리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분노를 삭이고, 내면의 공격성을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분노를 느끼는 일과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분명 서로 다른 일이다. 

분노를 느끼는 일과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분명 서로 다른 일이다.

분노를 느끼는 것은 통제하기 어렵다. 온도가 올라가면 온도계의 숫자가 올라가듯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을 잠재우고, 참아내는 것은 약간의 노력,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기반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의 일화로 인해, 분노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분노를 느끼지만, 그것을 참아내는 나 자신과 우리가
얼마나 매 순간을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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