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회사들과 다른 아마존의 문화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아마존은 참 다르다"였다.
직원들에게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복지를 양껏 누리게 해주는 구글과는 달리, 아마존은 직접 10달러를 지불하고 구내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IT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맥북을 당연하게 지급한다. 그러나 아마존은 저렴하고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만을 받을 수 있으며, 굳이 애플의 맥북을 받으려면 맥북이 업무에 꼭 필요하다는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직원들은 도어 데스크(Door Desk)라는 문짝처럼 생긴 책상을 사용하는데, 이는 베조스 회장이 사업을 시작할 때 문짝을 책상으로 개조해 사용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필자가 아마존 킨들 팀에서 근무할 때, 출시 직전 개발을 위해 킨들 단말을 빌리고 반납해야 했다. 아마존에서는 이를 개발한 직원들에게조차 무상으로 킨들을 나눠주지 않았다. 제품을 잘 만들었다면, 직원들조차 고객이 되어 자신의 돈을 주고 사야 고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철저하게 고객 중심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다른 미국 IT 회사들처럼 직원들에게 당사 주식을 나눠주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그만큼 가져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물건 이름을 검색하면 여러 가지 결과가 나온다. 보통 판매자에 따라 같은 상품이라도 여러 개의 페이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같은 상품끼리 묶여서 검색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온전히 하나의 상품이 하나의 주소에 담기진 않는다.
오직 아마존만 한 상품이 단 하나의 페이지를 가진다.
이 또한 고객 중심의 사고에서 발현된 기능이다.
아마존에서는 판매자가 아니라 제품이 페이지에 대한 권위를 가지는 것이다. 마이크의 말에 따르면 아마존도 초기에는 이베이처럼 한 제품의 페이지가 판매자의 수만큼 존재했다. 판매자들은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자신의 상품을 소개할 수 있었고 제품 이미지도 마음대로 골라서 보여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기 상품일수록 형형색색의 이미지와 광고 문구로 도배된 많은 페이지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다. 아마존은 고민했다. 과연 이것이 고객을 위한 방식일까? 답은 간단했다. 고객들은 각 제품당 단 하나의 페이지만을 보기를 원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사이트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무모하리만큼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덕분에 아마존에서는 사고 자하는 물건 종류만 검색하면 여러 개의 물건들이 깔끔하게 정렬되어 나온다.
스마트 워치를 사고 싶을 때
1. 어떤 스마트 워치를 사고 싶은지 웹/유튜브에서 검색하고 제조사와 모델을 결정한다.
2.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색 후 같은 상품이지만 판매자가 다른 여러 리스트에서 최저가를 찾는다.
3. 최저가 링크에서 구매한다.
스마트 워치를 사고 싶을 때
1. 아마존에서 스마트 워치를 검색한다.
2. 모델 당 하나의 리스트가 나오기 때문에 리스트에서 구매할 상품을 고를 수 있다.
3. 원하는 모델 페이지에서 최저가를 찾아 구매할 수 있다.
마치 비슷해 보이지만, 아마존에서는 상품 종류를 한눈에 보고 바로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이 짧다.
고객중심의 철학을 가졌기에 기존 사이트를 개선하는 작업을 했고, 고객들이 아마존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이유가 되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많은 회사들에서 전 세계 유저들의 클릭과 액션을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다. 다만, 아마존만큼 '구매'와 직결된 정보를 많이 가진 회사는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마존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클릭스트림clickstream(인터넷상의 일련 행동정보)이 초대용량 데이터 분산처리 시스템에 빠짐없이 저장되며 실시간으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 더 나은 구매 경험을 위해 활용된다. 구글이 검색 관련 정보의 1인자이고 페이스북이 관계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아마존만큼 구매와 직결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칫 생각하면 아마존이 구매에 관련된 정보를 악용하거나 광고성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오히려 아마존은 추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단순히 '추천상품'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는 대신 '당신의 구매내역에서 영감을 얻은 상품들', '이 제품을 살펴본 고객들이 살펴본 다른 상품들'과 같이 정확히 왜 상품들이 추천되었는 지를 투명하게 설명한다.
소프트웨어의 덩치가 커지면, 연관 개발자들은 많아진다. 큰 소프트웨어를 수많은 사람들이 개발하면, 소프트웨어는 더 복잡해지고 생산성을 떨어지며 버그는 많아지고 제품의 발전 속도는 느려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마존은 대대적인 개선 작업을 진행했고, 여느 IT 회사들보다도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개발/배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각 팀은 담당 객체에 대한 온전한 오너십을 갖는다. 이렇게 각 객체와 책임이 분산되자 여러 가지 좋은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각 팀들은 생산성 높은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객체에서 발생한 문제는 로봇에서 발생한 문제보다 훨씬 찾아 고치기가 수월했다. 하나의 문제가 다른 곳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최소화되었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로봇 하나에 달라붙어 일하지 않고 객체별로 일하다 보니 개발 작업이 병렬로 이루어져 업데이트 속도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눈을 담당한 팀이 더 멀리 보는 눈을 만드는 동시에 다리를 담당한 팀이 더 빠른 다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레고 블록을 연결하듯 필요한 객체들을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어서 새로운 형태의 로봇 또한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큰 덩어리 대신 객체화시킨 방법론이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다.
소프트웨어를 객체화하고, 작게 모듈화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배포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폴로는 아마존 사내에서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에 필요한 일들을 관장하는 소프트웨어 배포 프로그램이다. 앞의 로봇의 예에서 나온 마법 같은 기계다. 아마존 개발자들은 아폴로를 통해 손쉽게 자신의 컴퓨터에 아마존 웹사이트를 설치할 수 있다. 오늘도 아마존 회사 내에는 수천수만의 복제된 아마존 웹사이트가 각 개발자들의 컴퓨터에서 따로 돌아가고 있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코드를 쓸 때마다 복제된 아마존 웹사이트에 테스트한 뒤 아폴로를 통해 업데이트를 배포한다. 배포 시에 아폴로는 서로 의존성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문제가 생기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주며 배포 후에 자동으로 필요한 테스트를 실행한다. 또 문제가 발견되면 순식간에 이전 버전으로 롤백하여 고객들에게 문제가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이 모든 작업들은 몇 번의 버튼 클릭으로 가능하다.
아마존에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들고, 치열한 업무 분위기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필자는 12년 동안 대체로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심지어 때때로 일하다가 숨이 부드럽게 쉬어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 필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일직선상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지만 거기에 축을 더해서 다차원을 만들면 각 점들은 승자와 패자가 아닌 각자의 특별함을 드러내며 조화를 이룬다.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은 누군가가 그어놓은 선 위에서 일등을 하고자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것’을 하며 그 열매를 세상에 주는 것이라 믿게 되었고, “성공한 사람보다는 가치 있는 사람이 돼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이러한 나의 생각에 확신을 주었다.
누가 되었든 세상에 좋은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닌가. 그 일을 꼭 내가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 대신 나는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을 계속 찾아나가면 될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얼마나 편해졌는지 모른다.
아마존 정글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의 치열한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항상 잊지 않아야 할 생각인 것 같다. 작은 집단 안에서의 1등 밖에는 그보다 넓은 영역에서의 1등이 존재하고 그렇게 계속 1등 만을 바라보고 가면 전 세계의 1등은 단 1명이다. 우리 모두는 1등이 될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이 되면 된다.
아마존의 기업문화가 한국 대기업 IT 회사랑 비슷해서 놀라웠다.
그러나 아마존의 고객 중심 철학을 이해하면 그들의 문화와 복지가 이해된다. 이 책을 통해 아마존이라는 독특한 회사와 문화, 철학에 대해 알게 되어 뜻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