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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No Man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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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Feb 18. 2022

지켜보고 있다.

그래봤자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하겠지만

By 조선 일보


나는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서영교 의원을 뽑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만든 결과였다.

와이프와 함께 의기양양하게 투표소를 찾아가 투표를 한 다음 옳은 세상을 위하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가정역 앞에서 비통한 표정으로 커다란 피켓을 들고 서서 시위를 하는 한 청년을 보았다.


그 피켓의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을 떠올리자면 서영교 의원이 자신의 로스쿨을 다니는 딸을 위해 사법 시험의 존치를 반대하였다는 내용이었다.

그 외에도 서영교 의원은 자신의 딸을 자신의 유급 인턴 비서로 취직시켜 경력을 쌓게 하였고 딸의 로스쿨 입학에도 자격이 부족한 딸을 자신의 입김으로 특혜를 줘서 입학을 시켰다는 의혹이 가득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게 되었다.


자신의 딸의 장래를 위해 노량진 고시원에서 죽도록 공부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던 청년들의 미래를 망가뜨려버린 사람을 직접 내 손으로 한 표를 행사했다니..


더불어 민주당은 마치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서영교 의원을 탈당시켰지만 이내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들자 이내 서영교 의원은 다시 더불어 민주당 소속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도 사람 좋은 웃음으로 중무장한 채 자신의 사무실 근처의 시장을 돌아다니며 보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건넨다. 언제는 내 친구의 결혼식장에 초대되어 잘난 듯 거들먹거리며 축사를 건네더라. 정말 나는 그런 그녀를 볼 때마다 토악질이 나온다. 

"사람들이 당신의 악행을 잊더라도 나는 당신의 악행을 모두 기억하고 주시하겠다."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한 표를 건넨 것에 대한 아주 작은 속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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