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No Man 1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승원 Feb 18. 2022

요리라는 취미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하는데도 섹시하지 않은 남자

얼마 전 만든 동파육


내가 친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이유 중에 하나는 취미가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나 날 잘 모르는 사람들이 굉장히 비사교적인 사람으로 오해할까 싶어서 말하지만 나는 친구는 없지만 친한 사람들은 많은 편이다. 진짜다.)


프라모델 조립 및 도색부터 시작해서 오래된 게임 콘솔 및 소프트 수집, 캠핑, 디자인 소품 수집, 음악 및 영화 감상, 글쓰기 등등 열거하자면 그렇게 많지는 않아도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뭘 해도 조금은 하드코어 한 영역까지 늘 건드리려고 하는 편이다. 나는 마블 영화 시리즈 정도나 다 챙겨보고 자신을 영화광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 멜론 베스트 100곡만 재생시키면서 취미가 음악 감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 당장 "취미"라는 단어에게 사과하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요새 요리를 만드는 취미를 시작하고 있다. 2주 동안 쉬는 날에는 집에 틀어박혀 40가지 요리를 시도했으니 뜨내기 취미라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꽤나 맛있어서 만들 때마다 너무나 뿌듯하다. 이 짓거리를 하겠다고 냄비부터 스킬렛, 절구, 중식도, 식칼, 과도, 도마, 거품기, 그릇 등 수많은 조리 도구를 사대는 나의 모습에 와이프는 "재료를 너무 많이 산 거 아니냐, 잘 알아보지도 않고 조리 도구부터 사대기 시작한다."라는 둥 걱정과 잔소리뿐이었지만 몇 번 내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더니만 잔소리가 싹 사라졌다. 

후후. 평화로운 나의 승리다. 


어떤 이들의 "오~ 승원 씨 그럼 이제 요섹남 되는 거예요?"라는 말은 또 나를 빈정 상하게 만든다.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라니 씨발. 이딴 말은 또 방송국에서 나온 말이겠지? 좀 방송국에 이런 말 만드는 작가랑 PD들은 좀 정신 좀 차리고 살았으면 좋겠다. 취미나 대다수의 직업들은 나라는 대상을 애써 타인에게 성적인 호감이 들도록 하기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프라모델 만들기라는 취미는 어느 여성 커뮤니티에서 여장과 더불어 가장 혐오스러운 남성의 취미 1위에 랭크되었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취미라는 것은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하며 직업적으로 얻을 수 없는 자신의 표현 욕구 혹은 개인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얻어내는 고결하고 소중한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호감을 받기 위해서 라던지 타인에게 평가받기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취미를 핑계로 정작 내용물에는 크게 관심도 없으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나 원데이 클래스 같은 것을 통해 삼삼오오 모여서 이성이나 만날 핑계를 만드는 무리들에게는 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P.S 참고로 매번 내가 만드는 요리들은 매번 만들 때마다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seagimal_yoriwang 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업로드 중이다. 하하하. 팔로우 구걸을 하고 싶었다. 사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