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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No Man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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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Feb 18. 2022

그렇게나 형아가 되고 싶어?

미국은 부러워하고 중국은 경계하고 일본은 깜짝 놀란 글

국뽕이 안타까운 이유는 자명하다. 그 콧대 높은 코쟁이들이 우리가 만든 것들을 보고 관심을 가져주고 좋아해 주니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로써는 얼마나 신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었을까? 마치 그 모습은 자기도 형아가 되고 싶어 동네 형아들 노는 곳을 기웃거리며 관심 받고 싶어하는 여섯 살짜리 꼬마아이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우리는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 이란 드라마의 성공에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가 얼마나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했는지에 대하여 곧잘 논하곤 한다. 마치 대한민국 모두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성공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이게 만약 정말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문화적 저력이었다면 넷플릭스의 거대 자본의 유입과 자유로운 창작에 대한 유연한 보장이 없어도 일어났어야 하는 일 아닌가? 되려 내가 38년간 겪은 대한민국은 문화 컨탠츠와 예술 사업에 큰돈을 쓰는 것을 죄악시하듯 하고 자유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창작자에게 일일이 족쇄를 채우기 위해 애쓰던 그런 나라 아니었나?

그러니 그건 그냥 그 드라마를 만든 개개인의 성과인 거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꼭 우리나라 윗 분들은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자기가 숟가락을 얹을 것인지 그것만 고민하는 것 같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아사다 마오에 비해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에서 온갖 눈치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까지 연습을 해서 자비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를 나라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코엑스 한복판에 세워진 강남스타일 조형물까지 그리고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 수상에 그들이 먼저 온갖 설레발을 치던 일과 예술, 문화 산업부터 스포츠 산업까지 자기들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누군가 성과를 내오면 생색은 지들이 다 내는 웃기는 코미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강국은 개뿔, 대한민국은 완벽한 조건의 문화 미개국이며 그것을 벗어나기 위하여 잘난 몇 명이 악을 쓰고 버티는 상황인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그리고 강남 스타일 조형물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말 이거야 말로 빠르게 철거되어야 할 1순위이다. 제목을 차라리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로 바꾼다면 차라리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강남스타일"은 그저 밈이었다. 우리가 뚫훅송을 좋아했던 것처럼 그저 웃기게 생긴 뚱뚱한 동양인 남자가 나와 과장된 춤과 행동을 하며 노래하는 것이 우스워 밈이 되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강남스타일이란 노래가 예술적으로 음악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을 것이며 우리 모두는 그 사실에 대하여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어느 곳에서 본 싸이의 인터뷰에서도 그 조형물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더라 "과하다고 생각해요. 손만 해놓은 것도 뭔가 웃겨요."라고 말이다. K-POP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조차도 "강남 스타일"하면 먼 옛날에 나온 한참이나 유행이 지나버린 밈 취급이다. 이게 명곡이었으면 지금도 "그 노래 참 좋았지." 하고 회상할 수 있겠지만 유행 지난 밈에 대한 사람들의 취급은 정말이지 차갑고 또 차가울 따름이다.

그런 강남스타일을 이제 와서 조형물을 만들어 이득을 취할 자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뮤지션도 과하다고 하고 그 노래에 열광하던 사람들의 마음도 차갑게 식은 마당에 오로지 국뽕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3억 8천만 원짜리 트로피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냔 말이다. 저걸 기획하고 만든 작가도 그것을 부추기고 돈을 댄 강남구청의 공무원도 정말 대국민 청문회를 한번 가져봐야 할 일이다.


함부로 그들의 이름을 거론했다가 좆되기 십상인 BTS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해보자면 사실 우리는 그들의 데뷔 초창기에는 이름만 보고도 "하하 이름이 그게 뭐야. 진짜 웃기다." 하지 않았나? 그러다 그들이 외국에서 소리 소문 없이 절대적인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자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전도사로 떠받들게 되었고 말이다. 그들의 이름을 함부로 거론하고 놀리고 욕했던 비프리의 모든 창작물에는 그들의 팬들이 남긴 상흔이 아직까지도 가득하다. 물론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비프리가 잘못한 부분도 많지만 이렇게 까지 디지털 집단 따돌림을 해서 사람 하나를 죽여놔야 그들의 팬들은 속이 시원해지는 것일까? 나는 그 심정이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절대 다수의 힘으로부터 권력을 얻어 자신들의 눈에 어긋나는 사람이 있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단하겠다는 발상은 히틀러, 김정은 (그리고 또 누구 있는데 문 씨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하여튼 그런 사람들이나 해대는 발상이다. 그렇지 않은가? 유명하다고 해서 인기가 많다고 해서 치켜세우는 것도 한계가 있는 노릇이다. 나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고 단 한 번도 감동을 받아본 적이 없으며 단 한 번도 듣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 저렇게까지 인기가 많다니 정말이지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말이다.

나는 비프리를 친구로서 정말 짜증 나는 놈, 안 보면 가끔 보고 싶고 보면 피곤한 새끼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힙합을 싫어하는 나 조차도 "와, 대단하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정말 대한민국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와버렸구나. 정말 프리는 웬만하면 음원으로만 만나는 게 더욱 좋겠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니고 정말 그렇다.

"한국의 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라는 것이 전 세계 코쟁이들이 열광해야 선정되는 것이 아닌 정말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부여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철없고 순진한 생각인 걸까? 안타까울 따름이다.


솔직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요 근래 봤는데 처음엔 혹시나 재미있을까 싶어 봤지만 중후반부에는 이걸 깔려면 적어도 다 보고 까야지 하는 생각으로 봤다. 한국형 싸구려 학원물과 식상한 좀비물,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한 억지 감동 쥐어짜기 까지 버무려낸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토악질이 나올 노릇이다. 흥행하기만 하면 만사형통이란 논리는 나를 늘 역겹게 한다.


대한민국에게 있어 “예전에 나를 너무나도 괴롭혀서 싫어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멋져서 나도 모르게 다 따라 하고 싶고 그러다 보니 안 좋은 것까지 따라 하게 되는 형 같은 나라.”는 어디일까? 음, 이런 말 하면 또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는 것일까? 뭐 딱히 상관없고 요즘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옆 나라 일본의 영화판을 따라가는 것만 같아서 심히 걱정된다.

그 좋은 영화들을 만들어내던 일본이란 나라가 만화의 실사화에 빠져서 자국의 영화산업을 골로 보내버리는 것을 보고도 우리는 우리의 상황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참 우습고 무서운 노릇이다. 물론 DP같이 웹툰을 기반으로 하였어도 훌륭하게 잘 만들어낸 드라마도 있다. 그리고 지옥도 그 주제의 선정에 있어서 잘 만든 드라마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웹툰이란 것이 잘 보면 그 소재가 일본의 만화에 비해서는 좀 더 영화에 이식되기 좋은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화의 소재가 웹툰에서 가져온 것이 기반이 되어 버린다면 작가주의 영화의 멸망만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웹툰에서 가져오다 가져오다 "외모지상주의", "여신 강림" 따위의 웹툰까지 영화화되어버리면 심지어 그것이 흥행을 해버리면 우리는 그것조차도 훌륭한 것으로 치부하여야 하는 것일까?


염치가 없는 국뽕은 참으로 우습고 유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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