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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Jun 03. 2022

자전거 캠핑을 시작해보았습니다.

좋아하는 것 두 개를 합치면 두배로 좋아지겠지?

원래부터 운동 따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새는 일 한다는 핑계로 활동량이 더욱 줄어들어 나날이 몸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이 스스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자고 일어났을 때 단 하루도 개운하게 일어난 적이 없는 데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축나서 아무것도 못하고 나자빠져 있는 나 자신이 요새들어 마냥 한심하게 느껴지곤 했었다.


어떻게든 뭐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내가 그나마 재밌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싶어 3년간 쉬었던 자전거를 다시 타기로 결심을 했다.


3년 전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와이프랑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것 다녔었는데 언젠가부터 한 여름날의 더위 핑계로 슬슬 타지 않기 시작하더니 이럴 바에는 팔아버리자는 결론을 내고 헐 값에 자전거를 중고로 팔아버렸다.

그래 놓고는 나와 와이프는 종종 “자전거 타고 다니던 거 재밌었는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곤 했었는데 이제 다시 자전거를 시작하자고 하니 와이프는 꽤나 신난 눈치였다.


하지만 휴일은 한정적이고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니면 또 캠핑을 할 시간이 없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그러다 머릿속에 문득 스친 생각이 “둘 다 같이 하면 안 되나?”였다. 스쿠터로 캠핑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자전거로 안 될 건 또 무엇이겠는가? 검색을 해보니 많지는 않아도 자전거로 캠핑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자전거가 무거운 짐을 실고도 거뜬히 달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 자이언트 사의 MTB를 구매했다. 일단 내 키가 188이니 L사이즈의 자전거를 사야 했는데 L사이즈의 자전거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자전거 가게 주인들 왈 잘 팔리지 않는 사이즈라서 웬만하면 가져다 놓지 않는다나? 그래서 나는 딱히 선택의 폭을 갖지 못하고 타론 2를 구매하였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도 카키색의 프레임이 너무 좋아 마음에 쏙 들었다.

자전거를 사자마자 캠핑용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제일 중요한 짐받이와 짐가방을 도대체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뒤에 짐받이에 붙는 가방은 페니어라고 불리는데 한 개당 총 25L의 짐이 들어간다. 둘을 합치면 총 50L인데 이건 백패킹용 배낭을 생각하더라도 그렇게 큰 용량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앞부분에도 핸들바를 이용해서 토픽 핸들바 가방 하나를 더 달았다. 그렇게 하면 8L가 추가되어 총 58L를 한 자전거에 담을 수가 있다.

결코 많은 용량이라고 볼 순 없지만 캠핑 짐을 초경량화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자이언트 사의 페니어와 위에는 미니멀웍스 파프리카 매그넘 텐트
토픽 사의 핸들바 가방, 생각보다 수납되는 양이 꽤나 되어서 이곳에는 헬리녹스의 선셋 체어와 타프의 폴대, 수건등을 넣어두었다.

그리고 우리는 엉덩이에 아직 굳은살이 배기지 않아 안장 통에 몸부림치는 자전거 쪼랩이었기에 셀레 사의 SMP 투어링 안장으로 교체했다. 기존 안장으론 도무지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를 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62만 원짜리 자전거를 사고 9만 원짜리 안장을 끼우니 “이게 지금 맞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엉덩이가 깨지는 건 끔찍하게 싫었기에 군말 없이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구입을 하고 (안장 두 개에 18만 원..) 게다가 셀프로 교체하겠다고 혼자 낑낑 거리며 바꾼 안장이었지만 바꾼 안장을 본 와이프가 아저씨들 쓰는 안장같이 생겨서 싫다고 하도 투정을 부려서 (아저씨들이 쓰는 안장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아직도 이해할 순 없지만..) 내 마음도 몰라주는 와이프의 말에 꽤나 속상했다. 하지만 그런 와이프도 이걸 달고 처음 자전거를 타보더니 그 이후로 더 이상 안장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편했었나 보다. 정말 안장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바꿔볼 만한 안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큰 효과를 보았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아저씨 같다는 것일까?

며칠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 때마침 비 소식이 있어서 속상했다. 뭐 나야 캠핑만 가려고 하면 비를 끌고 다니는 인간이긴 하지만 굳이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날까지 비가 와야 하나 하늘에 야속했다.

그렇다고 안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캠핑을 강행했는데 오히려 비가 온 게 다행이었다. 비는 쥐똥만큼 왔지만 하루 내내 날이 심하게 흐려서 땡볕에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돼서 오히려 좋았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는데 흐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풍경이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 중간중간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차마 그럴 수 없어 아쉬웠다. 카메라는 rx100m4라고 불리우는 똑딱이인데 중고로 20만원 초반대면 구할수 있는 카메라다. 오래된 기종이지만 이만한 녀석을 찾아보기도 힘들 것이다. 휴대성도 좋고 라이트룸에서 잘만 사진을 만져주면 내가 좋아하는 후지 카메라의 톤과 비슷한 느낌을 줄 수가 있다.

우리가 출발한 곳은 면목동 그리고 도착지는 난지캠핑장이었다. 첫 자전거 캠핑부터 너무 무리가 되는 곳까진 갈 수 없다는 판단에 우리의 첫 자전거 캠핑의 목적지는 난지 캠핑장으로 정했다.

자전거 내비로 찍어보니 28km 정도가 걸린다고 나왔다. 우리는 여태 끽해봐야 멀리 나가봤자 짐 없이 9km 정도의 거리의 성수까지 가는 게 고작이었기에 조금 긴장이 됐다. 50대의 나이에도 200km쯤의 거리는 당일치기로 너끈이 가시는 분들도 있다지만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두 사람이 둘이 합쳐 30kg 정도의 캠핑 짐을 실고서 28km 간다는 건 굉장한 거리처럼 느껴졌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초행길은 늘 원래 거리보다 더 멀게만 느껴지곤 했는데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페달을 밟고 또 밟아도 좀처럼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는 자전거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비교적 저렴한 자전거라서 이런 걸까? 아니면 짐을 너무 많이 실어서 그런 걸까?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오갔다.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았겠지만 정답은 면목동에서 난지까지 가는 자전거 도로가 미묘하게 오르막이란 것에 있었다. 가는 길에는 그 길이 오르막이란 것을 잘 느끼지 못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페달질 한두 번에 슝 나가버리는 자전거 덕분에 그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하하하.

타론2
타론2의 여성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리브 템트2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망원 난지 캠핑장에 도착해서 캠핑 장비들을 세팅했다. 정말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인 장비들인지라 세팅하는 게 너무 간편하고 좋았다.

텐트는 미니멀웍스사의 파프리카 매그넘이란 제품이다. 3인용이라고 하는데 세 사람은 절대로 어림없고 성인 두 사람이 간신히 잘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장점은 2.5킬로의 무게와 작은 패킹 사이즈, 익숙해지면 5분 안에 설치 가능할 정도로 간단한 설치 방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준수한 품질과 편의 사항, 넓은 개방 감등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점은 역시나 좀 작다는 거 정도일까?

백패킹용으론 그렇다고 또 엄청 가볍거나 한 것은 아닌지라 추천하긴 힘들 것 같고 자전거 캠핑이나 오토바이 캠핑용으론 매우 추천할만한 제품인 것 같다.

아니면 2인 가족의 가벼운 캠핑용으로도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니멀웍스사를 좀 안 좋아했는데 (너무 노골적인 해외 유명 제품들의 표절 제품이 많은지라..)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타프는 헬리녹스 사의 렉타 3.5 블랙 제품이다. 얘는 정말 애매한 녀석인 게 가족 및 단체 캠핑에 쓰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고 백패킹용으로 쓰기엔 은근 무게가 있는 편이라 이래저래 손이 가지 않는 녀석이지만 자전거 및 오토바이 캠핑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외의 용도로 누가 산다고 하면 정말 쫓아다니며 말리고 싶을 정도로 별로인 제품이다. 정작 피칭했을 때 사이즈가 미친 듯이 작고 애매한데 만족할만한 경량화가 된 것도 아니고 가격은 그 실용도에 비해 헬리녹스 사의 폴대를 별도로 구매하게 되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나름 나만의 독특한 세팅을 해보겠다고 가운데 끝에 한쪽은 폴대 없이 텐트에 연결하고 사이드 쪽 가운데에 그 남은 폴대 하나를 넣어 올려 타프를 M자를 만들어 보았다. 덕분에 텐트 모양은 앞으로 쏠려 찌그러진 모양이 되어버렸고 타프는 사이드 쪽 가운데가 늘어나버렸으며 뒤쪽과 오른쪽이 너무 낮아 타프 아래 있기 불편한 구성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하는 짓이 뭐 이렇다. 에휴. 다음부턴 쓸데없는 창의력을 발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타프를 칠 때는 말이다.

어떻게든 경량화를 해보겠다고 산 스노피크 사의 야앤 레기 버너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접으면 손바닥보다 작은 파우치에 들어가는 주제에 화력은 꽤나 강력한 것이 정말 잘 샀다고 생각했다. 코펠은 씨투서밋 사의 엑스 팟 2.8을 구매했는데 이거야말로 정말 신박한 아이템인 게 이렇게 큰 냄비가 아코디언처럼 접혀서 불과 높이 3cm 정도로 얇아져 편안하게 가방에 수납을 할 수가 있다. 정말 물건이다. 아무래도 코펠이란 것이 본연의 형태 때문에 콤팩트한 수납이란 부분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엑스 팟이란 제품은 놀라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이 부분을 멋지게 해결한 점이 참 좋았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건 또 아닌데 밑판은 알루미늄이지만 접히는 옆면은 실리콘이라 버너의 불이 직접적으로 닿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부분과 색깔이 너무 요란 경박스러운 제품들이 좀 많다는 점이다. 솔직히 디자인도 너무 구리다.. 이건 대부분의 아이디어 제품들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개미집 낙곱새를 한강 난지 캠핑장에서 어플로 배달시켜 먹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저녁은 짐도 줄여서 무게도 줄이고 여름철 음식 보관 문제도 해결할 겸 캠핑장에서 배달을 시켜 먹기로 했다. 역시 망원 지구인지라 맛집이 많이 검색되어 좋았다. 예전에는 부산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개미집 낙곱새가 보이 길레 그걸로 배달을 시켜 먹었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옛날에 부산에서 처음 먹었을 때엔 “아니, 이런 음식이 있다니!”하고 놀랐고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이렇게 쉽게 접하게 되어버리니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캠핑장에 와서 맥주도 마시고 영화도 몇 편 볼 예정이었지만 자전거를 두 시간이나 타고 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맥주 한 캔에 스르르 잠이 들어 저녁 열 시에 잠에 들고야 말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우리는 망원역 근처에 유명한 순대 일번지에서 순대국밥을 먹고자 했지만 영업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한 나머지 망원역에 위치한 앤트러사이트 카페로 향했다. 제주도에서 워낙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망원역에도 있는 게 신기했다.

우리는 자전거를 갓길에 세워놓고 카페로 향했다. 자전거는 그다지 비싼 녀석이 아니라지만 안에 들어있는 캠핑용품은 그렇지 못해서 조금은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자물쇠도 너무나 허접한 녀석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기에.. “뭐 설마 누가 훔쳐가겠어?”라는 마음으로 그냥 용기 넘치게 세워놓고 우리는 카페 안으로 향했다.

커피는 인상 깊을 정도로 맛있지 않았지만 인테리어와 아웃테리어, 정원등을 너무 잘 꾸며 놓아 기분 좋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다 일어나 순대국밥집으로 향했다.

정말이지 끝내주는 맛이다. 부속고기의 양과 질이 다르니 꼭 특으로 드시길..
김치와 깍두기도 당연 끝내준다.

순대국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순대 일번지는 꼭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내 마음속 순대국밥의 원탑은 단연 이곳이다. 하지만 요새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맛집이 되고 나서부터 사장님과 점원들이 지나칠 정도로 불친절해지셔서 내가 공짜로 밥을 얻어먹으러 온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기분이 들어 민망해질 때가 있다. 원래 그런 집이었으면 이해할 텐데. 그건 또 아니었던지라..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나보다 한참이 나이가 많은 분들께 친절까진 바라지 않고 그저 민망할 정도로 틱틱대지만 않으시면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난 이 정도 맛집이라면 얼마든 그 불친절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다.

정말이지 나로서는 한술 떠먹고 나면 “그래, 뭐 내가 뭐라고 친절을 바라나. 욕이나 안 들어먹으면 됐지. 이 정도 순대국밥을 여기 아니면 또 어디서 먹나..”하는 생각이 들어버리고 말 정도랄까.. 하여튼 나는 그렇다.

순대 국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또 미묘하게 내리막길로만 되어있어 힘들이지 않고 갈 때보다는 비교적 수월하고 빠르게 돌아올 수 있었다. 마치 전날의 고생으로부터 적금을 탄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몸은 피곤하고 다리는 아팠지만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전거 캠핑은 처음이었지만 참 매력적이었다.

내년에는 자전거 캠핑으로 대마도까지 가보는 걸 나의 첫 버킷리스트로 삼기로 했다.

그 모든 과정이 내 브런치에 올라오는 그날까지 브런치도 자전거도 꿋꿋이 이어나가 봐야겠다.


그저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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