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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 Apr 04. 2024

눈물이 거꾸로 흘러서 삼켜진 날

일상 26




요새는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전 연인이 남기고 간 음악을 들으며 쓸쓸해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주 좋았던 만남은 시간이 지나며 모호하게 흐려지고 있고, 그는 그것이 우리가 안정을 찾아가는 단계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잘 모르겠는 상태로 그냥저냥 흐르는 시간을 넘기고 있다. 그리고 떠나간 사람을 또 다시 그리워하고 있다.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은 내게 너무 모순이 되어버린다. 잊고 털어내고 싶은데도 자꾸만 머리에 남아서, 그 때는 괴로웠던 감정들이 얼마나 나를 아프게 했는지 다 잊어버리고, 꼭 사랑만 먹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그 시간을 자꾸만 그리워해. 매일 같이 독약을 한 알씩 삼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새하얗고 하늘하늘한 커튼, 그 커튼을 살랑이며 알아채달라는 듯 머리카락을 간지럽히던 바람, 봄 햇살, 쏟아지는 졸음을 부추기는 손길, 이럴 줄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이 몰려오는 감정들, 감각들. 어두운 빛 한 줌을 켜놓고 연신 내 등을 두들기던 다정한 손길. 참 짧게 머물다 떠나갔는데도 놀랍도록 괴롭고 지치는 이별이었다. 그런데도 지우지 못하고, 혼자서 안쓰럽게.


나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끼는 짓은 하고싶지 않지만 가끔은 나 스스로가 안쓰러워 그 그리운 얼굴과 목소리를 한 번쯤 들어보고 깨끗이 털어내고픈 마음이 사무친다. 잠이 모자라기 때문이겠지? 연일 야근을 하니 그럴수도… 조금 더 많이 자야겠다. 조금 더 내 시간을 가지고, 내게 주어졌던 자유를 다시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고. 훌쩍 떠나버리고픈 마음이 들기 전에 나를 다잡고 싶어.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 훔쳐보는 눈길 안으로 불쑥 찾아오는 그리움도, 그 그리움이 적시는 마음도. 이제 다 그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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